평일 오전 서울 시내 휘젓기

2022. 10. 21. 09:43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평상시 같으면 회사 도착해서 휘트니스에서 땀 흘리고 샤워 마치고 이제 막 업무를 시작할 시간인데 난 지금 대학로에 있다.



집사람이 교육 받으러 다니는 곳이라 같이 나와서 커피 한잔을 받아 들었다. 오늘은 밤 10시까지 해외 바이어와 전화 미팅이 있는 관계로 오후 1시까지 출근을 하는 것으로 했기에 여유로운 아침을 맞고 있다. 어디까지 걷다가 사무실을 들어갈지는 모르겠으나 지난번에 산 중형 필름을 장착한 카메라를 메고 나섰다.



대학로 뒷길로 해서 창경궁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학로라 그런지 연극포스터들이 꽤나 많다. 집사람은 이런 공연을 좋아했는데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랬는지 지하철1호선인가 하는 연극을 본 기억만 뇌리에 남아있다.




아직은 단풍이 옅다. 며칠만 지나면 서울도 단풍이 꽤나 짙어지겠다. 홍화문 앞에는 어르신들이 창경궁 매표소 앞에 줄지어 서 계신다. 어르신들은 무료일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산책을 하시려나보다 싶었다. 내가 서 있는 쪽은 서울대학병원,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다.


 


종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주말에만 산책을 주로 다녔기에 아침 시간은 어떨까해서 말이다. 예물을 전문으로 하는 건물들이 즐비한 종로4가 사거리 앞이다. 광장시장이 보이고, 예전 시계골목은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어 천막으로 가려 놓았다. 종로 성당이 보이는 곳에 벤치가 있어 잠시 앉았다. 커피를 들고 있어도 카페앞을 지날때 나는 커피 향이 좋은 아침이다.




종묘앞, 저쪽에 태권V도 만들 수 있다던 세운상가가 있다. 세운상가 옥상에 올라갈 수 있는데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조만간 재개발이 될 오래된 건물들이 안쓰럽기도 한 곳이다.




단성사와 피카데리극장은 아직도 있다만은 예전 우리네가 다닐때와 비교하면 많이 쪼그라들어있다. 눈씻고 잘 봐야 보인다.




어르신들의 대학로? 송해길을 지나면




탑골공원이 나온다. 어르신들의 보금자리였던 곳이 코로나로 인해 뺏겨버린 곳이다. 어릴적에 돌아봤을땐 장기, 바둑두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그분들이 요즘은 종묘 근처로 이동하신 듯 싶다.




공사중에 많은 유물이 나왔다던 곳이 여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세대가 자주 찾던 곳은 여기가 아닐까 싶다. 대학졸업하고 직장생활을 막 시작했을때도 이곳 피맛골을 찾았다. 집사람하고는 인근 인사동 골목도 자주 갔었다. 어느 시인의 아내가 했다던 찻집이 얼핏 기억이 난다.

지금은 YMCA 건물을 지난다. 앞에는 종로 서적이 있었는데 어느 건물이었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고등학교를 다닐때만 해도 집에서 걸어서 종로서적과 이곳 교보문고를 왔었다. 요즘에는 이곳만 찾게 된다. 근처에 두 서점 보다 나중에 생긴 영풍문고가 여전히 영업을 하지만 사람이 없이 휑하다보니 교보문고에서 책을 못 찾았을때나 들리는 곳이 되었다.


 



신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침시간이지만 다들 사무실에 출근을 한 다음이어서 길가는 한산하다. 건너편에 사람이 많길래 자세히 보니 흡연하시는 분들이다. 건물 내에 흡연시설을 둘 수 없다보니 길거리로 쫓겨난 것 같다. 건강에 안 좋은 것은 사실이나 그래도 내가 세금 내고 피우겠다는 것인데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건물 내에 흡연장을 마련해주면 어떨까 한다. 세금은 세금대로 걷어가면서 한쪽에선 피우지 말라고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아얘 담배를 팔지 말던가 말이다.





서울역사 박물관앞을 지나면 짜증나는 곳이 나타난다.




돈의문터다. 서대문이다. 서대문은 지하철역으로 존재하지만 실물을 없다. 저 사거리에 서 있어야 하는데 없다. 서울의 사대문 중에 유일하게 없다. 서울은 사대문 사소문인데 서대문(돈의문)과 서소문(소의문)이 없다.



돈의문은 복원을 했는데 VR과 AR로 해 놨단다. 기가찰 노릇이다. 광화문 앞에 공사를 하기보다. 이곳에 돈의문을 복원하는게 먼저가 아니었을까한다. 교통 혼잡 때문에 그렇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도로를 지하화하던 파리의 개선문처럼 로터리를 만들든 방법은 찾으면 된다. 가상현실, 증강현실로 복원이라는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소의문터는 찾기도 어렵다. 서울 도성 순성길을 따라 걷다가 한참만에 찾았던 기억이 있는데 어느 주차장 건물 한 켠에 아주 작은 표지석이 전부였다. 유구한 우리 역사가 주차장 건물에 막혀 있는 것 같았다.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길일까? 기찻길 컷 한장 !!!



오래된 건물이 보여 사진을 찍다가 좋아하는 커다른 은행나무를 만났다. 가을이 깊어지면 노란색이 보기 좋겠다 싶었다.




길은 아현동과 만난다. 서울역 뒤쪽에서 넘어오는 길과 만나면서 한쪽은 아현동 가구거리를 지나 신촌쪽으로 향하고 한쪽은 마포대교쪽이다. 휑한 마포대교쪽보다 젊은 시절 자주는 아니었지만 가끔 다녔던 신촌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아현동 가구거리는 평일이라 한산했다. 소파를 여기 어디선가 주문제작했었는데 라는 생각을 지나간다.


 



가구거리가 끝나는 지점에 화초가계와 노점상의 모습이 정겨워 보여 그냥 지나갈 수 없어 사진을 찍는다.  "꽃비 내리는 숲"은 주인장이 참 아기자기하신 것 같다. 가계 옆 전봇대에까지 신경을 쓴게 보기 좋았다.

신촌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는 내내, 단풍나무를 자꾸 보게 되었다. 어떤 나무는 아직 파란색을 잃지 않았고 일부는 노란색으로 막 색깔을 바꾸기 시작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노랗게 물들면 정말 보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장 다음주는 아니더래도 11월 중에는 보기 좋게 물들지 않을까? 그럼 다시 한번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슬라이드 필름을 들고 와서 사진을 찍는 거도 좋겠다 싶다.




신촌역이다.
이곳의 랜드마크는 홍익서점이었던 것 같은데 사라지고 없다. 종로서적이 사라진 것처럼 여기도 사라졌다. 대신 저 멀리 현대백화점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지 않아서가 아니라 전자책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도 난 종이 책이 좋은데 편리하기는 스마트폰으로도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이 편한게 사실이긴하다.





번화한 거리를 걷다가 나타나는 색다른 모습은 이질적이다. 그래서 사진으로 남기게 된다. 길은 그렇게 홍대입구역까지 이어진다. 놀란게 홍대입구역 인근이 정말 번화하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도 신기했다. 마치 코엑스 지하의 상가들처럼 많은 브랜드들의 매장도 있었다. 여기가 원래 이렇게 번화했나 싶다. 점심시간이 되어서그런지 사람들이 많다. 나도 사무실로 들어갈 시간이다.

그래서 합정역에서 오늘의 긴 산보여행을 마치고 사무실행 지하철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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