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장, 주말 보내기

2024. 1. 22. 08:45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한국에 있을 때도 독일 출장이 잦았다. 자동차 업계에서 이름을 들어봤다 싶으면 대부분 독일의 자동차 업체들과 엮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직을 하고 수습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작스런 2주간의 독일 출장이 잡혔다.  일주일을 바쁘게 지내고 주말이 되었다. 주중에는 회사에서 택시를 배차해 줘서 운전을 할 일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조식 챙겨먹고 내려가면 택시가 와 있었고 긴 하루가 지나고 퇴근 시간이 되면 역시나 회사 앞에 택시가 와 있었기 때문이다. 호텔이 있는 마을 이름은 Bad Waldliesborn이란 곳이다 앞에 Bad가 붙어 있으니 물 좋은 동네이고 혹은 온천이 있는 동네일 수도 있다.  주민수가 만명도 채 안되는 마을이다.

주말이 되니 같이 온 친구들은 차를 빌려 쇼핑을 하러 가거나 주변의 큰 도시로 떠났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말이다. 하지만 난 호텔에 머물기로 했다. 내가 이미 가 본 곳에 간다고 해서 따라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 성향이 그렇다. 거기에 다들 대만인 친구들 사이에 내가 껴 있으면 나보다는 아무래도 그 친구들이 불편하지 않았을까?

난 출장을 오건 혹은 그렇지 않건 유명한 곳을 가 보기 보다는 동네를 돌아보길 좋아한다. 이렇게 주말에 호텔에 머물면서 주변 산책이나 하는 것은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지금까지 변함 없는 내 방식의 일종의 휴식이다.  처음 미국 출장때도 그랬는데 어바인에서 3개월을 머물면서도 다들 주말에 다녀오는 라스베가스를 다녀오지도 않았다. 오히려 일찍 일어나거나 주말에 사람 걸어다니는 인도도 없는 곳을 산책하거나 걸어서 출근을 하곤 했던 것이다.

이 마을은 모두 세 번에 걸쳐서 산책을 했다. 마을이 작다보니 그래도 얼추 70% 이상은 돌아본 듯 하다. 전형적인 베드타운이다.


 


역시나 산책을 하면서 부러운 것은 큰 나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오래된 동네이기도 하고 자연을 그대로 유지한 덕이 아닐까 싶다. 겨울 날씨치고는 0도 전후로 그리 춥지도 않았다. 하지만 주말에 입을 옷을 별도로 챙기지 않는 내 버릇이 있어 거의 정장 차림에 코트까지 받쳐입고 산책을 한다. 구두를 신었고 지난 주에 눈이 많이 와서 바닥은 빙판길이다. 그렇다보니 걸음걸이가 엉거주춤하다.


 


내가 유일하게 이름을 아는 독일의 보눙이라는 집의 형태는 찾아볼 수 없고 모두 단독 주택들이다. 건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 봐도 건축물이 모두 최근에 지어진 듯 하다. 산책하기에 별로 좋지 않은 환경이다. 동네마다 옛날 건축들을 보는 재미거 아얘 없이 모두 신축 뿐이다. 요즘도 개발이 이어지는지 새로 건물을 짓는 곳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중간 중간 볼 수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표를 보니 아침 8시 30분에 첫차가 오는데 시간마다 두 대 꼴로 온다. 여긴 자동차가 없으면 살기 어려운 동네란 얘기다. 한참을 걷다가 공원 한켠에서 발견한 공동묘지, 우리도 이런 문화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혐오 시설이 아닌 자연스러운 문화로서의 공동묘지 말이다.


 


공동묘지는 공원 한편에 위치하고 바로 옆에는 단독주택 단지가 바로 접해있다. 파리 시내에도 공동묘지가 있다고 얘기하면 우리와 왜 문화가 다르다고 하는지 바로 이해가 갈 듯 싶다. 자손들이 자주 찾는지 정리가 잘 되어있고 장식도 우리내 기준처럼 획일적이지 않다.

내가 독일을 떠난게 2017년인데, 그때와 비교해 물가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엔 프랑크푸르트에 있었는데 한식이 점심에는 무조건 10유로였다. 한식당들이 모두 그렇게 점심 메뉴를 구성했고 양이나 맛이나 모두 훌륭했다. 그런데 요즘은 점심을 먹으려면 그 두 배인 20유로는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 촌 동네는 물가가 여전한 듯 싶다. 맥주나 콜라와 같은 음료수는 비싼데 메인 요리는 저렴하다. 물론 이 동네 사람들이 찾는 식당들 기준으로 말이다.

 


점심도 그렇고 저녁도 그렇고 오늘은 모두 슈퍼 앞 이탈리안 식당이다. 점심엔 피자의 일종인 칼조네를 먹었는데 요리가 5유로 콜라가 3유로 였다. 지금은 저녁을 먹고 있는데 까르보나라가 7유로, 맥주 작은잔이 1.9 유로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은 잘 줘야 별 세개짜리 같은데 별이 네개다. 그래서인지 저녁을 먹으려면 30유로는 가져야겠다 싶어서 다른 음식점을 찾은게 여기다. 호텔 인근에 이탈리안 식당이 하니 더 있는데 거기보다 여기가 훨 맛있다. 물론 가격대는 비슷하다.


 


출장와서 사실 혼자 있을 때, 잘 챙겨먹는 편이 아니고 슈퍼에서 군것질꺼리나 사로는데 실수를 해서 별 수 없이 저녁에 식당을 찾은 것이다. 일요일엔 모든 슈퍼가 문을 닫는 다는 것을 깜박한 것이다. 여기 살때는 일요일에도 물건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지금은 불가하다. 주말에도 문을 연 주유소를 가면 이것 저것 살 수 있다. 편의점 개념이라고 해야할 듯 싶다. 그런데 이전 출장엔 차가 없는 것이다. 그걸 잊고 있었다. 다행히 금요일 저녁에 사 둔 물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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