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다양한 사람을 겪다

2022. 4. 6. 01:06내 이야기

살다보면 별의 별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한사람 한사람 얘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란게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하게 되는 것 같다. 살아보니 문득 문득 생각나는게 그렇다. 하지만 기억하기 싫어도 자꾸 생각나는 사람은 나중에 정리하도록 하고 이번엔 기분 좋았던 사람들을 기억해 보도록 하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을 해 보려고 한다. 좋아하고 자주 만나는 고등학교 동기나 대학 동기들은 빼고 직장 생활에서만 추려보면 얼마나 될까?

자주 연락을 못해서 미안하기는 한데 참 좋은 사람들을 이 회사에서 많이 만났다. 그것고 입사를 했을 당시 같은 팀원들이다. 이 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한 것이 2008년인데 그 때 만나서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 같이 일을 하는 분도 계시고 같은 회사지만 근무지가 달라서 자주 못 보는 사람들도 있다. 맡형 같고 모든게 공정하고 내 사람 잘 챙기는 L씨 우리 가족들에겐 목동에 사는 아빠 회사 동료라고 목동 아저씨로 불리웠다. 목소리 크고 호탕하고 예의를 아는 D씨 한 번은 몇몇 동료들과 함께 고향집에 같이 내려가 하룻밤 신세를 지기도 했다. L씨와 D씨와 나는 목소리가 그것도 술자리에서 목소리가 큰 편이라 회식때 한참 얘기를 하다보면 우리 셋 주변엔 사람이 다 도망가고 몇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머리좋고 예의 바른 또 다른 L씨, 항상 나의 아군이 되어 줄 것 같고 묵묵히 일하는 J씨, 어리적 친구 같은 동갑내기 P씨가 있다. 이 사람들은 보게 됨 같이 만난다. 같은 팀에서 일을 했었고 또래다 보니 더 잘 어울렸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연락을 못하고 산게 미안하다. 목소리를 듣고 싶긴 하지만 지금은 새벽시간이니 낮에 안부 전화나 몇 통 해야겠다.

비슷한 일을 하지만 한 번도 같은 팀에서 일을 한적은 없는 분이 계시다. 모 실장님인데 연배도 있으시고 같이 있으면 푸근한 분이다. 내가 입사하기 훨씬 전부터 지금의 조직에서 계셔서 회사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아신다. 누가 어떤 일을 했었고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같이 차 한잔을 하다보면 정말 회사의 옛 일들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모나지 않고 두루두루 사람들을 좋아하셔서 자주 차를 마시곤 한다. 출근 시간도 비슷해서 7시 10분 전 즈음 사무실 주차장에서 자주 마주친다. 한때는 사는 곳도 멀지 않아서 댁 근처에서 쇠주도 한잔 했었기에 좋기도 했다.

이젠 은퇴를 하신 모 상무님은 나를 정말 좋아해 주셨다. 주재원으로 파견을 나갈 때 팀장님이셨던 분이다. 그러니 이 상무님 덕분에 해외 생활을 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한국에 출장을 왔을 때는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었지만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기도 했고 상무님 시간이 허락하면 같이 쇠주도 마시고 와인도 마시곤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핸드폰으로 예전에 찍은 사진을 보다보면 얼굴이 뻘개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환희 웃으면서 찍은 사진이 있다.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할 때, 나를 대리고 가시려고 이미 위에다가는 허락을 다 받아 놓으시고도 같이 일을 하자고 나를 설득하셨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고맙다. 웬만해선 발령만 내면 될 일이었는데 일부러 전화하셔서 말씀도 해 주시고 집 근처까지 오셔서 술도 사 주시며 같이 일을 하자고 하셨었던 일은 잊을 수가 없다. 같이 일을 하면 좋았을텐데 빨리 은퇴를 하시는 바람에 그럴 기회가 없었다.

 



프랑스이 있을 때 법인장님도 잊을 수 없는 분 중에 한 분이시다. 같은 아파트에 살기도 했던 분인데 업무적으로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을 하는 나를 참 잘 챙겨주셨다. 혼자있는 나를 주말 골프 모임에도 불러주시기도 했다. 덕분에 골프라는 것을 조금 쳐 볼 기회를 갖기도 했다. 댁에 초대해 주셔서 와인도 같이 즐기기도 했고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양갈비를 직접 구워주시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팬트 하우스지만 넓지 않은 베란다였는데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귀임을 하고 난 후에는 뵙지 못해 속으로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크다. 법인장님을 뵙게되면 보통 주재원 OB 모임에서 뵙게 될텐데 거기선 같이 있으면 내 마음이 불편해지는 친구들이 있어서 모임에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사모님도 집사람에게 잘 해주셨고 우리 아이들이 아프거나 아내가 아플때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던 아주 고마운 분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동안 모시고 있었던 B 상무님이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가셨는데 그 분을 따라갈 고민을 할 만큼 나를 인정해 주시는 분이다. 나이가 들다보니 일 보다는 나를 좋아해 주시고 인정해 주시는 분과 같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절대 일을 편하게 하시는 분이 아니라 사실 지금 직장을 옮긴다면 업무 강도가 최소 1.5배는 늘어날 것임에도 불구하고 같이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다. 가족들도 해외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내다보니 우리집에 놀러도 오셨었고,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상무님 댁에 몇 번 놀러가서 신세를지기도 했다. 같이 어울렸던 사람들이 회사내에서 주류가 아니었던 축에 속했던 사람들이라 다른 사람들 뒷담화도 가끔은 했었지만 회사에 대한 애사심은 엄청난 분이었다. 이젠 주류로 오라서신 것을 보고 있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만간 뵈러 간다고 연락을 드려봐야겠다.

한살 두살 먹어가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회사에서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좋아야 회사를 길게 다닐 수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 동창이나 대학 동기들이 물론 더 친하고 격없이 지내지만 친구들이야 1년에 몇 번이나 만나겠는가 말이다. 회사에서는 적당히 거리를 가지고 직위나 직급에 따라 예의를 지켜야 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친하고 어느 정도 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어야 직장생활을 할 맛이 나지 않겠나 싶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만 아니면 한달에 많으면 두 세번은 쇠주도 하면서 새상 돌아가는 얘기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할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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