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새벽 출근길의 오해

2022. 11. 26. 05:51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어제는 술을 꽤 먹었다. 맥주라곤 해도 술은 술이었다. 조금은 취해 있었다. 어제는 금요일이니까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 시각 토요일 새벽 5시 37분, 사무실로 가는 첫 지하철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주 금요일까지 고객사에 보내야할 문건이 있는데 준비하는데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2주가 다 걸린다는데 나한텐 경험고 없고 시간도 없어서 주말에 출근을 하는거다. 그건 그렇고 아파트 단지에서 지하철역까지는 5분 남짓 걸린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고 있는데 뒤에 누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슬쩍 어깨 너머로 봤다. 사람이다. 얼핏 어깨 너머로 봤으니 어두운 색 옷을 입은 사람이구나 정도로 봤다. 새벽녘 아무도 없는 거리라 섬뜩한 생각이 들었고 귀신은 흰색 옷을 입는데 라는 생각을 했다. 가끔 어두운 거리를 걷다보면 어릴적 봤었던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떠오기 때문이다. 옛날 드라마가 떠오르고 귀신 얘기가 기억이나서 속으로 피식 웃고 있었다. 그런데 '다다다다....다다다다' 내 뒷쪽에 있는 사람이 뛰기 시작한다. 정말 깜짝 놀랐다. 그러다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왜냐하면 뛰어가는 사람은 옷입은 걸로 봐서 젊은 여자였기 때문이다. 그 짧은 시간에 내 머릿 속에는 혹시나 앞서 가는 사람. 내가 치한이 아닐까 하는 우려에 사람들이 그나마 있을 큰길까지 뛰어가는 걸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직 지하철 첫차가 역까지 도착하려면 시간이 넉넉히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빴다.

그러다가 딸래미가 생각나서 나쁜 기분이 사그라들었다. 그럴수도 있겠구나.

지하철 역 플랫폼에 들어섰다. 지하철이 도착하기 전까지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맨 앞으로 갔다가 다시 맨 뒤로 갔다가를 한다. 그런데 혹시나 그 여자가 있으면 두 번 마주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해를 하고 신고라도 하면 귀찮아지겠구나 싶었다. 웃음이 났다. 별걱정을 다 하는구나 싶었시 때문이다. 다행히 그 여자는 내가 타는 지하철을 타진 않는 모양이다 덕분에 두 번 플랫폼을 왕복할 수 있었다. 그래도 2천보를 채 걷지 못했다.

벌써 공덕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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