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1. 01:40ㆍ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한동안은 한달에 한 번 이상 유럽을 들락날락 했다. 중간 중간 중국까지 다녀오곤 했으니 한달의 1/4는 해외에 있었던 것 같다. 기억에 마지막 출장은 독일이었다. 코로나 발발 초기였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대한 항공편으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편이었다. 혹시나 비지니스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을까 했지만, 주로 타던게 아시아나이다 보니 승급은 없었다.
3년도 더 된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승객들 중에 방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 때문인 것 같았다. 내가 마스크를 썼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했고 일부 외국인들도 그랬다.
그렇게 귀국을 하고나서는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출장이 쉽지 않았고 거의 모든 바이어와의 미팅은 온라인으로 대체 되었다. 그러고 나니 회사에서도 출장을 온라인 미팅으로 대체하곤 했다. 하지만 대면 미팅이 더 효과적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한동안 출장과 조금은 거리가 있는 부서여서 좋았는데 신규사업수주를 하다보니 출장은 없을 수가 없다. 신규업무를 맡은지 채 석달이 되지 않아 첫 출장이 잡힌거다.
역시나 유럽, 그 중에서도 이번 출장은 영국이다. 미팅자료도 다 만들지 못하고 떠나는 출장이다. 사실 어제 저녁에 기본은 만들어 뒀어야 하는데 몸이 좋지가 않았다. 속이 울렁거리고 열이 38도까지 올랐다. 힘들어서 퇴근을 하고 소파에 누워있는데 큰 아이가 코로나 일 수도 있다고 검사를 해보자고했다. 덜컥 겁이났다. 회사에서 같이 회의를 했던 사람들이 떠올랐고 과연 나 없이 미팅이 잘 될까하는 쓸데 없는 생각도 했다. 다행히 음성은 나왔지만 집에서 하는 간이 검사라 믿을 수 없었대. 어쨌거나 그래서 자료 준비도 하질 못했다.
오랫만에 출장이라 집근처에서 공항버스를 타야하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니 버스 도착시간이 뜨질 않는다. 지하철은 환승도 그렇고 사람들과 부대껴야해서 싫었다. 그래도 공항버스 도착시간이 검색되지 않았고 어찌어찌 찾은 버스 운행시간은 8시20분 부터였다. 버스를 7시 30분 이전에 타려고 했으니 버스는 생각을 접어야 했다. 1박3일 일정이라 짐은 간단하게 백팩하나다. 체온은 이미 정상까지 내려왔는데 지하철을 타니 얼굴에 열감이 느껴진다. 이무래도 공항 도착을 하면 코로나 검사를 간단하게 해야겠다. 서울역서 탄 공항철도는 의외로 사람이 많다. 공덕에서 갈아타서 앉기는 헀지만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2터미널에 도착,코로나 검사 센터로 갔다. 검사확인서 제출 목적이 아니라고 하니 공항내 병원으로 가란다. 병원에선 다시 검사센터로 가라길래 상황설명을 하고 검사를 받았다. 집에서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했더니 찌르는 깊이가 다르고 같은 검사키트란다. 음성이다.
출발 서두가 너무 길었다. 두 시간 후, 한국시간 목요일 오전 11시에 비행기가 출발했다. 14시간에 이르는 지루한 비행이다. 그나마 통로석이라 한쪽은 편안하고 아무때나 이동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오랫만에 보는 기내식, 역시나 비지니스석이 생각난다.
먹을 것을 먹고 회의자료 만들고 졸려서 잠깐 눈을 붙였다가 떴다. 절반도 안지났다. 지루하고 지루하게 14시간을 찍고서야 히드로 공항에 내렸다.
2년전에 새로만든 여권에는 아무런 스탬프도 찍혀있지 않아 전에 사용하던 여권까지 챙겨왔다. 그런데 여기도 비대면 입국심사다. 출국할때처럼 여권 밀어넣고 사진한장 찍으니 통과다. 짐이 없으니 일사천리로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우버를 타고 두 시간을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날은 비행기가 착륙한 현지시간 5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부터 어두웠었다. 드럽게 맛없기로 유명한 영국, 저녁 대신 간단하게 맥주한잔하고 미팅자료 마무리를 했다. 새시간을 채 못자고 일어나 자료 준비를 마쳤다. 그래도 조식시간까지 꽤 남아서 맨몸운동도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대충 아침을 먹고 고객사 방문, 4시간 회의 한시간 반 정도 시간이 남아 점심식사, 그리고 한시간짜리 두 전째 회의.
일정이 그렇게 끝났다. 다시 차로 두 시간을 달려 히드로 공항에 도착,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비행기 출발이 7시인데 5시가 조금 안되어 도착했으니 말이다. 돌아갈땐 통로좌석도 없어 창가 좌석이다. 컨디션이 별로라 내 마일리지를 써서 비지니스로 업그레이드 하려고 했으니 비지니스도 만석이란다.
창가자리에 먼저타서 자릴잡고 있었는데 노부부가 같이 앉아 가고 싶다고 자리를 바꾸자고 한다. 같은 창가자리라 바꿔드렸다. 설사 중간 자리라도 바꿔줬을 것 같긴하다. 그렇게 갇혀서 12시간 비행.......
인천 앞바다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을까 싶다.
현지시간 공항도착이 17시, 출발이 다음날 19시니까 26시간을 있었다. 그 중에는 차로 이동한 4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비행은 갈때 14시간 올때 12시간 총 26시간이다. 호텔에서 1박, 비행기서 1박을 했다.
피곤한 출장이었다.
그래도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으니 성공적인 출장!!!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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