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1. 22:58ㆍ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더운 여름, 하루도 안 빼 놓고 산책을 한다. 하루에 1만보씩은 걷지 않아도 최소 7500보는 걸으려고 노력을 한다. 솔직히 낮에는 너무 더워서 밖에 나올 엄두가 안난다. 그래서 저녁 무렵 산책을 나서는데 일주일 째, 인도에 놓여 있는 어린이의 헬멧이 보인다. 그 전엔 안 보이던 물병 두 개까지 말이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한국에서 돈을 잃어버렸는데 누군가가 바로 찾아줬다. 또는 카페에서 자리를 맡을 때 스마트폰으로 하거나 노트북을 카페에 두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누구하나 손대지 않는다더라. 하는 식의 유튜브 동영상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런 동영상을 보고서 외국인들이 실제인지 테스트해 보겠다고 한국에서 유튜브를 찍는 것들도 있다고 했다.
여기 대만도 사람들이 많이 친절하고 늦은 밤에 거리를 쏘 다녀도 전혀 거리낌 없었고 치안도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오토바이 헬멧이 저렇게 놓여 있어도 손을 대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또 지났다. 헬멧은 아직도 그대로, 옆에 놓여있는 물병도 그대로다. 헬멧이 놓여 있던 모양까지도 같은 것으로 봐서 누구하나 손을 대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헬멧은 깨끗했다. 버릴 만큼 낡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과연 저 헬멧은 언제까지 저기에 놓여 있을 수 있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산책을 나갈 때면 한번쯤 돌아보게 된다.
어제 날짜의 모습이다. 물병이 쓰러져있는 것을 제외하면 여전히 헬멧은 그대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이 나라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나의 혹시나 하는 생각은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내 혹시나 하는 생각은 이렇다.
여기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쿠터를 타고 다닌다.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많은 나라들이 그렇듯이 가족들이 함께 타고 다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헬멧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저렇게 많은 스쿠터들이 회사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고, 헬멧은 대충 저렇게 걸어 놓는다. 우리 같으면 안장 속에 보관하거나 박스 등에 넣어 둘텐데 말이다. 회사에 있는 오토바이들의 1/2도 안되는 수준이고 회사 앞에 노상으로 나가면 노상 주차장에도 엄청난 숫자의 바이크들을 볼 수 있다.
저렇게 많은 바이크와 모든 사람들이 헬멧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남의 헬멧을 탐할 이유가 없는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말이다.
아직도 헬멧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얼마나 더 핑크 헬멧이 사람 손을 타지 않고 남아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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