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창경궁>>운현궁>>종묘

2020. 12. 28. 20:29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12월에는 지금까지 이틀을 빼고 10,000보 이상을 걸었다. 이게 모두 코로나19로 인해서 재택 근무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총 운동 거리를 보니 12월에 298.87km를 걸었다. 주말에도 늦게 일어나진 않았지만 오늘은 월요일이다. 재택 근무라고 해도 근무 시간에 늦을 수 없으니 9시 전에는 책상 앞에 앉아야 한다.

 

평상시와 같이 6시에 알람에 맞춰 눈을 떴지만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지는 못하고 밍기적 거리고 있었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귀찮음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었다. 집에서 두 시간 걸리는 산책 코스는 웬만한 곳은 다 다녀온 것 같았기 때문에 그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사실 귀찮았다. 반면에 카메라를 둘러메고 오디오 북을 들으며 걷기 시작하면 그냥 무아지경이 되고 세상 고민을 벗어버릴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무거운 몸을 끌고 일어났다. 동대문에서 이화로, 율곡로를 거쳐서 광화문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집을 나섰다. 밤에 비가 내렸는지 땅이 젖어 있었다. 

 

DDP는 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에 있던 동대문 운동장에서 바뀐지가 한참이 되었다. 그래도 볼때마다 어색하기 그지 없다. 흑백으로 사진을 찍어 놓고 보니 SF 영화에서나 볼법한 모양이다. DDP 아래로 걷고 있는 사람은 우주복을 입고 있어야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방향을 틀어서 옆을 보면 이륙을 앞둔 우주선 같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 보인다. 멀리 빌딩이 보이니 서울에 착륙한 외계 우주선이라고 해도 속을 것 같기도 하다. 

DDP를 지나 쇼핑몰, 평화시장을 지나 청계천 다리를 건너면 동대문, 흥인지문이 보인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진 않지만 사진 중앙 아래에 보이는 것은 그 자리에 한양도성이 있었던 자리임을 표시하는 것이다. 동대문 뒷쪽으로 있는 산이 낙산이고 그 옆의 길을 따라가면 광화문까지 갈 수 있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생각보다 출근길에 오른 사람들이 많이 보이진 않았다. 나처럼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 많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북은 강남에서 보기 힘든 정겨운 모습들이 있다. 대치동에 살 때에도 가끔 양재동, 삼성동까지 산책을 하곤 했었다. 아무래도 강남은 나중에 개발이 되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사는 냄새는 조금은 덜 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어릴 때 봤음직한 모습들은 아무래도 강남보다는 강북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지역들이 있다. 조금더 지나면 모두 개발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 창경원, 지금은 창경궁은 오랜만에 와 보는 것 같다. 돈화문 앞 사거리에는 "서울 우리소리 박물관"이라는 곳도 볼 수 있다. 몰라서 그렇지 서울 곳곳에 찾아가 볼 만한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광화문까지 쭉 걸어가고 싶었으나 출발한지 한 시간이 넘었다. 주말이면 몰라도 월요일이니 9시까지는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안국역에서 우회전을 해서 종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조금 걷다 보니 운현궁이 보인다. 차를 타고는 많이 지나쳤을텐데 걸어서는 자주 걷지 않다보니 여기에 운현궁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낙원악기상가가 보인다. 악기를 구경하러 온 경험보다는 옛날에 여기에 있었던  허리우드극장을 더 많아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물론 단성사나 피카데리를 더 갔을 것 같기는 하다. 낙원이라고 하면 악기 상가도 유명하지만 떡집이 유명하기도 하다. 여기서 떡은 사 먹어보진 않았지만 집 근처에 있는 낙원떡집이 맛이 있어서 주말 아침에 가끔 떡을 사다가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기도 한다.

 어느덧 종묘에 다다랐고 세운상가가 보인다. 바로 여기 세운상가는 어릴적 마이마이를 사러 들렀었던 곳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동묘 근처에 있는 풍물시장에나 가야 옛날의 마이마이를 볼 수 있다. 그렇게 종로에서 청계, 그리고 을지로로 이동을 했다. 을지로에는 조명과 타일 등의 주방용품 매장들이 많은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뒷길에 예전 철공소라고 할 수 있는 골목이 있었다. 골목의 귀퉁이를 돌 때, 특히 처음 가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뭐가 나타날까 하는 약간의 기대가 된다. 당연히 조명이나 타일집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그렇게 방산시장을 거치고 중부 건어물 시장을 거쳐 집으로 왔다. 내일은 어디로 나가볼까 하는 고민을 잠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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