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마

2021. 11. 22. 11:15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화명동 숙소를 나왔다. 처음엔 체력이 된다면 대구에 오토바이 골목? 이라는 곳을 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갑작스레 찾아본 바이크들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눈요기나 할 요량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경상도 음식이 별로 맛이 없다는 얘기를 하니 큰 애가 경주를 추천했다. 숙소에서 찾아보니 대구로 가는 길은 꽤 험난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해를 거쳐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도상에서 보는 것과 실제 걷는 것은 다를 수 있겠지만 부산 윗쪽이 경주니까 그게 편해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목표는 양산시를 거쳐 통도사 근처까지 가는 것으로 잡았다. 무려 8시간을 걸어야 한단다. 어제 오랫만에 많이 걷다보니 다리가 많이 아파서 천천히 걸어야 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길을 나선 것이다.

 

뉴스에선 오전에 비가 내린다고 했고 전국민의 1.8%에게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했다는 뉴스를 보고 나온터였다. 생각보다 날이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고 쌀쌀했다. 젠장할 종부세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이 돈버는게 배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 주식 양도세 때문에 동학개미들의 불만이 많다는데 종부세 내는 것과 주식 양도세와 같은 맥락 아닌가? 불로소득에 대한 징벌적 세금 말이다. 불로소득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내로남불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내가 공부하고 타이밍을 맞춰 투자를 한 것인데 왜 불로소득이냔 말이지. 내가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정당한 투자를 한건데 말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소식을 뉴스로 듣고 길을 나선 후, 불과 10분도 안되어서 길거리에 신문 한 부가 놓여져있고 1면이 보였다. 헛헛한 웃음이 났다. 

 

 

 

 

누가 보면 설정샷이 아니냐고 할 만큼 깨끗한 신문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마침 이어폰에서는 오디오 북을 듣고 있었는데 유현준의 제목이 '공간의 미래'라는 책이었다. 여기서도 부동산 얘기가 나오는데 아주 많은 동감을 얻을 수 있었다. 청년들이 집을 살 수 있게 제도를 바꾸어야지 임대 주택을 늘리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는거다. 맞다. 해외에서는 직장을 심사해서 대출금을 갚아 나갈 수 있는지 확인만 되면 집을 살 때 장기 저리로 대출을 해 준다. 이 얘기는 나중에 별도로 내 생각을 포스팅해 봐야겠다. 

 

화명동에서 양산시를 거쳐서 통도사 쪽으로 가야하는데 시와 시를 잇는 길이라서 그런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철로가 옆에 있고 단풍이 보기 좋았고 철 늦은 장미 드문 드문 피어 있는 것이 보기 좋았다. 

 

 

 

 

 

만보계를 이용해서 얼마나 걷는지를 확인하기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어제 처음으로 하루에 3만보를 넘어서 거의 4만보 가까이 걸었다. 그래서인지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게다. 중간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으면 들어가서 아점으로 식사하고 좀 쉬었다가 가고 싶었는데 부산을 다 빠져나오도록 좌우에 별게 없고 아침 이른 시간이라 식당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양산시에 들어섰고 큰길을 따라 계속 걸을까 아니면 시내쪽으로 들어갈까 하고 헤메이다가 카페 앞에서 낙엽을 쓸고 있는 분이 보여서 여쭤보니 오픈을 했다고 해서 아점이 브런치로 바뀌었다. 

 

 

 

 

빵 하나와 아메리카노 한잔! 그리고 무료 인터넷까지

 

쉬엄쉬엄 가라는 큰애와 마나님의 조언에 따라 천천히 가려고 한다. 중간에 어디서 쉬어갈 만한 곳이 없다는게 흠이면 흠이다. 그렇다고 계속 카페 신세를 질 수도 없고 말이다. 그나마 어제는 부산시내를 거쳐 나왔기 때문에 생리현상을 해결하려 백화점에도 잠시 들렀고 다리가 아프면 지하철 표시를 보고 내려가 잠시 쉬었는데 양산시에선 어떤 쉼터를 제공해줄까 걱정이 된다. 

반응형

'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리에 맞는 사람이 되기를  (0) 2021.11.23
부동산 정책에 반대 한다  (0) 2021.11.23
안식년 휴가  (0) 2021.11.21
잠깐 쉬어가기  (0) 2021.11.21
돈에 목숨걸기  (0) 2021.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