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맞는 사람이 되기를

2021. 11. 23. 07:52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이번주는 아마도 대기업들이 신규 임원을 발표하기 시작하는 주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12월이 되기 전에 발표를 한다. 신규 임원이 되는 것은 군대로 치차면 별을 다는 것이고 대기업의 경우 수억대의 급여를 보장 받게 된다. 급여 뿐만이 아니라 회사에서 특급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다. 보통은 격년단위로 임원계약을 하기 때문에 임기는 2년이라고는 하지만 일부 삼성과 같은 기업에 한정된 것이며 많은 대기업들은 한 번 임원이 되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자리에서 물러날 이유는 없다. 그리고 설사 물러난다 해도 기업의 고급 정보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 동안은 회사에서 케어를 해주게 된다.

아마 우리 회사도 이번 주에 임원발표를 하지 않을까 싶다. 과연 어떤 분들이 임원을 달았는지 참 궁금하다. 제발 평사원때와 같은 수준의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원을 한다. 사실상 지금까지 사내 블라인드를 보면 우리 임원들의 대다수가 자신이 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한 일 처럼, 작은 성과도 엄청난 것 처럼 포장을 한다고 해서 '광팔이'라는 별명을 붙여줫고 그 아래 팀장들이 임원을 따라하는 것을 심하게 비꼬기도 했다. 이 분들이 주재를 하는 회의를 들어가보면 상당히 엄숙하기도 하고 보고하는 사람들이 많이 긴장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회의에서 팀장이 보고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주간 보고와 같이 팀징 이상아 참여를 하면 팀장이 어쩔 수 없이 발표를 한다. 그런데 한 단계 더 들어간 보고를 할 때면 담당자가 줄줄이 들어오고 팀장은 임원과 함께 보고를 받는 입장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직급상 바로 위에 보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 윗 상사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보고자가 더듬거리거나 보고 방향에서 약간 핀트가 나갔을 때, 보고를 도와주는 팀장은 괜찮은 팀장으로 팀내에서 안정해 준다. 왜냐하면 보고를 하는 자기 직속 부하를 보고 자리에서 나무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고 자리라는게 실상 까 놓고 보면 코미디아닌 코미디다. 이런 코미디도 없는 것이다. 이런 보고에서 임원이 내리는 의사 결정 수준이라는 건 참담하기까지도 하다.

'그럼 해야할 일은 해당 부서에서 추진 할 수 있도록 보고 방향을 잡읍시다.'
임원 하부 조작이 아닌 다른 임원 조직에서 일을 하도록 그 위 임원에게 보고를 한다는거다. 이걸 알게 된 타조직의 임원은 벙찔 수 밖에 없다. 결국 R&R 싸움으로 번진다.

'그 일은 XX 조직에서 도움을 받는 것으로 합시다' 그렇다 많은 일들을 타 조직에서 도움을 받아 처리해야 하곤 한다. 그런데 타 조직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보고자가 일일이 타조직 해당 팀장을 찾아가 얘기하고 읍소해서 타조직 임원에게까지 보고를 해야하고 거기서 지원을 못 받으면 우리 임원이 그제야 전화 한통 넣어준다. 그럼 천만 다행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타조직에 보고 또 보고를 해야하고 어느 경우는 윗 조직 임원까지 올라가 보고를 하고 의사 결정을 받아야 하는 우스운 꼴이 나기도 한다. 한 번은 어느 임원에게, 내 위 보스도 아닌 임원에게 내가 왜 자료를 만들어 보고를 했는지 의아하긴 하지만, 보고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타조직 임원에게 전화를 걸어 지원 약속을 얻어내는 것을 보고, 참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 보고가 이런 식으로 되어야 하는데 보고는 또 다른 보고를 낳고 일은 진척이 없는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는 것에 아쉬운 점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지적한 부분 수정해서 보고하도록 합시다.' 내가 몇 마디 한거 수정해라 그리고 암원들 보고 자리가 있으니 그 때 보고 하자. 뭐 이런거다. 그런데 그 다음 보고는 더 대단한 경우들이 많다. 팀장이 보고하는 것은 아주 괜찮은 조직이다.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조를 봐야하는데 다음과 같다. 담당 엔지니어, 프로젝트 리더, 팀장, 실장, 상무, 상무, 전무, 전무, 부사장, 사장 순이다. 상무와 전무가 둘 씩인 것은 그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보고는 부사장이 보고 받거나 사장이 보고를 받는 회의가 많은데 이런 회의에서 팀장이 보고하는 것이 괜찮은 조직이라는거다. 더 이상 말이 필요할까? 이 자리에서 보고하는 팀장 직속임원이 팀장을 나무라는 경우도 여럿 봤다. 중간에 낀 가지들은 뭘 하는 사람인지 팔장을 끼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위에서 불호령이라도 떨어지면 해당 전무나 임원은 '네, 코멘트 주신대로 처리하겠습니다'라는 판에 박힌 대답이 전부이고 가끔은 이런 자리에서 R&R 싸움을 하기도 한다. 최악은 입사한지 얼마 안되는 사원, 내 기억에 3년차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이 사장한테 보고하는 것도 봤을 정도다.

제발 이런 임원조직이 안나왔으면 좋겠으나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사장 보고면 전무급에서 '이러이러한 이슈가 있었고 어느 부분은 우리가 잘못한 일이라 조치를 어떻게 했으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서 이리저리 처리를 선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의사 결정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뭐 이 정도 보고가 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일부는 그 중간 부사장 보고에서 해결을 하고 말이다. 전무가 아님 상무급에서라도 보고를 해야지 팀장이 어디까지 보고를 해야하고 도대체 담당 엔지니어는 왜 사장, 부사장 앞 보고 자리까지 참석을 해야하느냔 말이다.

어느 팀장이 내게 해 준 얘가는 충격적이었다. 왜 책암지는 임원이 없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HR에서 그랬단다. ' 예전에 있긴 있었지요. 그런덷 그 분 그먼두셨어요' 아마도 능력이 있어서 정상적안 조직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이직을 하셨거나. 불행한 경우라면 재계약을 못하셨을 것이다. 짤렸다는 얘기겠지. 그런데 난 그런 임원을 본적이 없다. 언제적 얘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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