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1. 10:42ㆍ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큰 애가 갑상선암 수술을 받는 날이다. 성인이 된 딸이다보니 엄마가 병간호를 하러갔다. 애 엄마도 유방암 수술을 한지 2년이 지나서 아직 투병 중인데 대안이 없어서다. 애들 이모나 고모한테는 얘기를 했지만 양가 부모님께는 차마 말씀을 드릴 수가 없어 조용히 수술을 받는다. 월요일 아침 수술이라 일요일 오후에 입원을 했고 혈액 검사 외에는 별다른 검사가 없었다고 했다. 젊은 아가씨라 목에 흉터가 남지 않게 로봇 수술을 권했고 당연하게 그러자고 했다. 직접 목을 절개하고 들어가는 수술에 비해서 거의 3배의 수술비가 들어가 천만원이라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8시 수술이라고 해서 6시3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서 자리에 누웠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 생각을 했지만 밤새 한숨도 자질 못했다. 너무 일찍가도 어디 있을 곳이 없을 것 같아 30분 전인 7시 30분에 도착을 했는데 7시 20분에 수술실에 들어갔단다. 딸래미 얼굴을 보지 못한게 딸래미에개 미안했다. 집사람이 바로 전에 수술을 했던 곳이 중앙수술실이라고 입원하고 있는 건물 근처라 그쪽으로 갔었는데 로봇 수술이라서 그런지 암 수술이라서 그런지 암병동에 있는 수술실에서 진행이 되고 있다. 어디서 수술을 하는지만 알았어도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못내 미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사실 수술은 작년 12월 말에 잡혀 있었는데 생전 처음으로 받은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이 아니라 가슴쪽에서도 암으로 보이는 조직이 발견되어 생검을 받은 후라 수술이 연기되어 2022년 2월 21일 오늘 수술을 진행하는거다. 가슴 조직 검사가 음성으로 나온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던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집사람이 큰 애를 낳을 때도 보호자 대기실에 있었고 그 이후에도 몇 번의 보호자 대기실에 있었지만 오늘처럼 마음을 조리고 앉아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젯밤에는 한숨도 자지 못하면서 갑상선암의 로봇 수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수술방법과 장면에 대해서도 유튜브로 찾아봤다. 다행히 직접 절개하고 하는 수술보다도 더 믿음이 갔다. 더군다나 수술을 담당하는 주치의가 존스홉킨스 출신이고 서울대 병원을 비롯해서 여러군데 제자를 두고 있다고 하니 믿음이 가긴 했다. 그럼에도 자식을 수술실에 들여보내 놓고나니 몸과 마음에 잔뜩 긴장이 된다. 한숨 잠을 자질 않았는데도 졸립지도 않고 신경을 써서 그런지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고 있다.
수술들어간지 두 시간이 지난 무렵에는, 그러니까 30분 전에는 수술실이 있는 층에서 CPR 상황이 발생했다는 방송이 나왔다. 온몸의 세포가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수술방에 10명이 좀 넘는 사람들이 있는것으로 수술실 안내 모니터에 나오는데 제발 CPR 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딸이 아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제발 보호자 이름이 호명되지 않기를 말이다. 우리 아이의 수술은 8시에 시작해서 13시께나 끝난다고 했으니 아직 우리를 부를 시간은 아니니 말이다. 지금은 그 방송이 나온 후 40분이 지나서 10시 40분이다.중간 중간 방송이 시작될 때마다 가슴을 조렸다. 12시가 되면 끝난다는 수술은 12시 30분이 되어서야 끝이났다. 의사가 상담실로 불러서는 수술이 잘 되었다는 말과 함께 향후 어떻게 치료가 되는지 설명을 해 줬다. 수술전에 받았어야 할 설명을 수술 후에 듣게 되어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어제는 일요일 이었고 무엇보다 수술이 잘 되었다고 하니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의사를 만나고 나와서도 20분이 지나서야 우리딸은 회복실로 옮겨졌고 다시 한시간이 지나서야 병실로 갈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 한 명만 입원실로 갈 수 있어 다른 병동으로 이동하는 잠깐 동안 딸래미를 볼 수 있었다. 빨리 움직이는 침대를 따라가는데 핸드폰만 쳐다보다 침대에 부딪칠뻔 한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평상시 같으면 스냥 넘어갔을 일인데 내가 많이 민감해져 있었다. 수술 후 서너 시간은 잘 관찰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집사람에게 한 번 더 주지시켰다. 그냥 돌아서려 했는데 침대를 옮겨주시는 분께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사람이 많아 시간이 좀 걸리니 잠시 말을 할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감사한 일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침대를 올려보내고 나니 다리가 풀렸다. 회복이 잘 되길 빌어본다. 그리고 담당의사가 말했던 "만수무강에는 아무런 지장 없습니다"라는 말이 자꾸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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