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2022. 3. 2. 10:56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코로나 때문이다. 집사람은 쇼콜라 클래스에 가길 원했고 난 가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유방암 투병 중이다. 발병한지 3년차이고 전절제 수술을 받은지는 2년차에 재건수술을 받은지 1년이 지났다. 다른 암들처럼 발병 후 5년이 지나서도 재발이 되지 않아야 완치 판정을 받는다. 아직 2년 이라는 시간이 남았고 매달 병원을 다니며 임상시험 중인 치료제를 주사맞는다. 그래서 기저질환자로 구분이 된다. 더군다나 큰딸이 지난주에 갑상선 암으로 전절제 로봇 수술을 받았고 오늘은 4학년에 복학하는 날이다. 그래서 어제까지는 큰애를 등교시켜주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이 바뀐거다.

말도 안되는 생떼를 쓰는데 먹던 밥그릇을 팽개치고 숫가락을 던질 뻔했다. 둘째와 세째는 중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한다고 하니 정말 어쩔 수 없이 보냈는데 그리고 큰애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가지 않아도 되는 쇼콜라 수업, 몇 달동안 나가지 않던 수업을 오늘은 마지막 수업이라고 꼭 나가야한다고 생떼를 쓴다. 유일하게 하는거라고 이거라도 안하면 미쳐버릴 것 같다고 말이다. 아픈거 힘든거 잘 알고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젯밤에도 손발끝이 저리다고 한참을 주물러줬었다. 그래서 더욱 다른 일을 만들어 하고 싶어하는 것도 십분 이해를 한다.

기저환자가 둘이나 되니 더더욱 조심을 해야하는데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밀폐된 공간으로 가겠다니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결국 짐을 챙겨서 수업을 가고 말았다. 아픈 놈을 어쩔 수 없어 차에서 일을 할 것을 챙겨서 큰놈을 등교시켜준다고 나왔다. 나도 재택위주로 일을 한지가 벌써 1년이 넘었고 지지난주 부터는 아얘 100% 재택 중이다. 출근할 때는 회사에서 밥도 안 먹을 정도로 조심을 했다.

집에 더 이상은 우환이 들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데 도움을 주질 않는다. 부디 오늘도 무사히를 조용기 빌어보는 수 밖에 별 도리거 없다. 오늘은 처음으로 코로나 환자 하루 발생 20만명을 넘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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