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31. 22:43ㆍ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1종 대형 면허를 따고자 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내 면허는 1종 보통이었고 추가로 면허증이 필요함을 느끼진 않았다. 다만 집사람은 2종 보통인데 1종으로 바꾸고 싶어했다. 2종 보통 7년 무사고의 경우 면허시험장을 방문하면 1종으로 면허증을 발급해 준다고 했으나 수동 면허일 경우에 한정해서란다. 집사람은 98년 결혼 전에 면허를 딸때 오토 면허로 시험을 봤다. 그래서 아쉬워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차는 모두 9인승 이하였기 때문에 굳이 1종 보통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집사람이 1종 보통 면허를 취득하겠다고 덜컥 신청을 했는데 알고 보니 1종 보통이 아니라 1종 대형을 신청한 것이었다. 수동을 한 번도 해 본 경험이 없는 아내가 사고를 친거다. 1종 대형 면허 시험을 생각하면 내가 면허를 딸 때가 생각이 난다. 한쪽에서 1종 대형 면허 시험을 보는 장면을 보면 좁은 굴곡 코스에 커다란 버스가 낑낑대면 돌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건 예전의 일이고 요즘은 어떨까?'하는 생각에 유튜브를 찾아봤다. 그러다가 내가 1종 대형 시험을 보고자 접수를 했다.
사실 1종 보통을 가지고 있고 출퇴근용 세컨트카로 수동 세단을 운전한 것이 거의 10년이 되기 때문에 수동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해외에 살 때나 출장을 가서도 수동을 렌트해서 타고 다니곤 했다. 면허는 해외에 살 때 받아 놓은 것이 있어 국제운전면허증도 필요 없다. 프랑스 면허증은 유효기간이 이미 만료가 되었지만 독일 면허증은 2032년이 유효기간이라 아직도 10년은 더 쓸 수 있다.
참고로 프랑스와 독일은 한국 면허증을 해당 국가 면허증으로 교환을 해 주기 때문에 별도로 면허 시험을 볼 필요는 없다. 다만 높은 관공서의 문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지만 말이다.
면허시험장은 서부면허시험장으로 선택을 했다. 회사와 멀지 않았기 때문에 평일에 잠시 나가서 시험을 보면 될 것 같아서 였다. 시험 접수는 세상이 좋아서 도로교통공단 페이지에서 접수를 할 수 있었다. 접수비 2만원...
https://www.safedriving.or.kr/main.do
접수를 하고 결제까지 마치고 나서 당일날 시험을 보러가면 될 줄 알았더니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전에는 시험장에서 검사를 받은 것 같았는데 말이다. 찾아보니 집에서 멀지 않은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잠시 다녀왔다. 여권용사진 두 장과 면허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체검사를 받는데 왜 사진이 두 장씩이나 필요할까 했는데 신체검사가 아니라 면허시험 응시원서를 병원에서 받는 꼴이었다. 응시원서 뒤쪽에 신체검사 결과가 같이 들어간다. 병원마다 비용은 다르다고 하는데 8,400원을 결제했다.
한번도 버스 운전석에 앉아보지 않았다. 처음 면허를 딸 때도 학원 한번 다니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방법이다. 전에는 회사 공장에서 1톤 트럭을 한켠에서 앞 뒤로 움직여보기나 했는데 이번에는 시험보러가서 생전 처음 버스에 앉게되는 거다.
세상이 좋아서 유튜브에서 '1종 대형', '서부 면허시험장 1종 대형' 등으로 검색해 보면 정말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공식은 디씨인사이드에서 볼 수 있다.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koroad&no=47873
1차시험 5월 17일
9시 시험인데 30분 전에 도착을 하라고 해서 8시 15분에 도착을 했더니 시험장 업무가 실기 대상자 기준 8시30분이고 일반 민원인은 9시였다. 1차로 서류 제출하고 대기 중 .....
98년도에 여기서 1종 보통 면허를 땄었는데 많이 변했다. 쓰레기 동산이 주변에 있었는데 지금은 아파트로 둘러 쌓여있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그런지 서류를 접수한 순서라고 내가 1번으로 시험을 치른다. 생전 처음 버스에 앉았다. 결과부터 얘기하면 불합격, 굴절에서 시간 초과 서두르다가 감지선 침범.
그나마 여기까진 괜찮았는데 교차로로 가는 중 크게 돌지 못해서 이래저래 불합격 ㅜㅜ
이것도 시험이라고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언덕 말고는 2단으로 진행하는게 좋겠고 굴절 같은 코스도 핸들 꺾고 물받이가 노란선에 닿을때까지 거리가 꽤 되서 2단으로 해도 무방하다는 나름의 결론.
2차시험 5월 24일
딱 일주일 만에 다시 시험을 봤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버스 운전석에 처음 앉아본 사람이 앞에 시험 보는 사람은 구경도 못해보고 바로 시험을 치렀다. 그래서 조금 늦게 출발을 한다고 이전보다 30분 정도 늦게 출발을 했는데도 순서는 두 번째였다. 2단 출발을 해도 무방할 것 같다는 생각을 이전에 시험 보면서 했는데 시험 전에 감독관들이 시험 주행을 하는 것을 보니 1단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 출발할 때만 2단이었고 시험 보는 내내 1단으로 엑셀을 적당히 밟았다. 지난 시험에서는 첫 굴곡에서 시간 초과가 나오면서 갑자기 긴장하게 되었는데 앞 바퀴가 어디 붙었는지 감이 오지 않아서 코스 내에서 반클러치로 너무나 천천히 빠져 나온게 문제였다. 두 번째라서 그런지 좀 여유는 있었고 1차 시험보다 코스를 통과하는 시간이 빨라졌다. 굴곡은 쉽게 감점 없이 통과하며 차량내 채점기까지 보는 여유가 생겼다. 코슬 지나서 차량 길이가 가늠이 안되어 연석을 밟아서 실격을 했던터라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곡을 지나서 많이 가서 우측으로 꺾는다고 꺾었는데 뒤를 보니 연석을 밟을 것 같더라. 그래서 잠시 후진을 한 후에 진행을 했다. 신호는 바로 초록이라 직진. 사거리를 지나서 우회전을 한번 더 했다. 우회전을 하면서 뒷 바퀴를 보면서 크게 돌았다. 다음은 굴곡인데 크게 돌아서 들어간다고 들어갔음에도 뒷바퀴가 코스 시작 우측에 살짝 걸려 5점 감점을 받았다. 하지만 굴곡은 얘기들은 대로 쉬웠다. 굴곡이 끝나고 멀찌감치 우회전을 했고 사거리 지나 방향전환, 일명 T 코스는 생각보다 쉽게 빠져 나왔다. 우회전 두번을 하고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철길이 나온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채점기를 보니 8분이 넘었다. 코스 세개를 지났으니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는데 순간적으로 시간이 부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거리 쪽으로 우회전을 하면서 뒷바퀴를 보질 못했다. 아쉽게도 연석에 걸려 탈락했다.
시간은 부족하지 않을 것 같았고 감점이 없었다. 다만 아직도 차 길이가 적응이 안된다. 엉덩이로 중앙선을 밟고 지나간다는 생각으로 하라는데 그게 잘 안됐다. 아쉽지만 오늘도 탈락. 다음주를 기약해야겠다.
3차 시험 5월 31일
세번째 도전만에 합격을 했다. 시간 초과로 2점이 감점되어 98점으로 종료지점을 통과했다. 이게 뭐라고 기분은 좋았다.
사실 4개의 코스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1종 보통 면허를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지금 타고 다니는 차가 수동 차량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수동은 너무나 친근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언덕에서는 클러치와 엑셀을 이용해 호버링 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서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하지만 차 길이와 앞 바퀴가 내 몸보다 뒷쪽에 있다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코스는 정해진 여러가지 공식이 유튜브에 있어서 수동만 익숙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느 공식을 대입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라 여유가 더해져서 앞바퀴와 뒷바퀴를 번갈아 볼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겨서 오늘은 감점 없이 통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에게 가장 어려웠던 것은 회전이었다. 앞선 시험에서 모두 뒷바퀴가 연석에 걸려 실격되었기 때문이다. 첫 시험에서는 굴곡을 나와 첫 사거리에 진입하다가 실격을 했고 두번째는 방향전환, 소위 T코슬 마치고 철길쪽으로 가기 위해서 사거리로 진입하는 코너에서 역시나 연석에 걸려 실격을 당했다. 두번 모두 실격사유인 연석 문제 말고는 5점의 감점 밖에 없었다.
오늘의 작전은 시간초과로 감점을 먹더라도 회전을 천천히 하면서 뒷바퀴를 잘 살피는 것이었다. 한번 뒷바퀴가 연석에 올라타 실격할 위기가 있었으나 천천히 뒷바퀴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멈춰서 잠시 후진했다가 전진하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인터넷을 보면 우회전은 몸이 중앙선을 밟고 지나가는 기분으로 가고, 좌회전은 차량 중심이 바깥쪽 라인을 타는 기분으로 운전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찾은 방법은 승용차를 운전할 때 보다 한박자 늦게 회전을 시작하고 사이드 미러로 앞 바퀴를 살피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승용차보다 핸들을 꺾는 속도를 조금 늦추고 핸들을 미리 풀어준다는 생각을 했다. 핸들이 승용차의 오토핸들처럼 자동으로 풀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시험감독관이 설명을 해 주실 때, 중앙선을 침범하면 실격이라고 강조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왼쪽바퀴가 중앙선을 넘지 않고서는 회전이 안되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과감하게 필요할 때는 넘더라도 뒷바퀴가 걸리지 않도록 해야할 것 같다. 이제와서 어느 유튜버의 말이 생각난다. 한쪽바퀴는 중앙선을 넘어도 되지만 차체 절반만 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물론 사거리에 정차시 중앙선을 넘으면 안되지만 회전할때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순전히 경험에 의한 것이니 참고만 해 주시길 바란다.
1종대형의 경우는 '큰 차체를 이해하고 좌, 우회전을 무리없이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검증이고 수동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겐 수동 기어에 대한 동작을 검증하는 것 같다. 이미 1종 보통이던 2종이건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는 시험이다보니 그렇단 얘기다.
98점으로 마지막을 통과하니 차량 회차를 하는 감독관이 뭐하러 시간부족으로 감점을 당하면서까지 평행 주차를 했느냐고 물어본다. 뒷바퀴만 넣어 삐 하는 소리만 듣고 코스를 수행하지 않아 10점을 감점 당하고 와도 합격인데 왜 평행주차를 했냐는 얘기였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어차피 시간은 초과하더라도 완주하는게 목표였으니 말이다.
재미있는 1종대형 면허 도전은 이걸로 끝이 났다. 이것도 시험이라고 시험시작전에 오는 긴장감과 생전 처음 입이 바싹바싹 타 가면서 버스를 운전한 경험은 재미있었다.
혹시라도 학원도 안다니고 면허를 따는 것이 나중에 도로에서 미숙한 운전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학원에서 제작한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학원도 면허를 따는데 특화되어 있지 도로상에서의 운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운전을 오랫동안 해 왔고 수동에 익숙하다면 학원을 굳이 다니지 않아도 충분할 것 같다고 생각을 한다.
다음은 대형 견인 트레일러에 도전해 보고자 한다.
1종 대형을 합격하고 덜컥 신체검사를 받고 응시표를 작성했다. 서부면허시험장에서는 트레일러(츄레라) 기능시험이 없어서 인터넷을 신청하면 되겠거니 했는데 서울은 강남면허 시험장이 기능시험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인데 올해 내내 시험 일정이 없다. 5월 말이라 6월 시험이 Open되지 않은 것이었기를 바래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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