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의 4년, 그리고 바게트와 치즈의 추억 🥖🧀☕

2025. 2. 19. 17:47해외에서의 삶

 

"프랑스에서 4년을 살았어요."
이 말을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와인 많이 마셨겠네요?'라고 묻는다.
물론 와인도 많이 마셨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와인이 아니다.

딱딱하기 그지없는 바게트
크리미한 치즈
주말 아침의 노상 시장

이 세 가지가 내게 가장 프랑스다운 기억이다.

 

 

🥖 바게트, 프랑스인의 하루를 시작하는 필수품

프랑스에 처음 갔을 때, 바게트를 보고 생각했다.
"이걸 어떻게 먹지?"

한국에서 우리가 먹는 빵과는 차원이 달랐다.
프랑스 바게트는 겉은 돌처럼 단단하고, 속은 쫄깃쫄깃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 쫄깃함도 사라지고 돌덩이가 된다.

프랑스인들은 아침마다 빵집(Boulangerie)에서 갓 구운 바게트를 사 간다.
왜 매일 바게트를 사는지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바게트는 신선할 때 먹어야 제맛이니까!

내가 살던 곳에서도 매일 아침, 빵집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줄을 서서 바게트를 사고, 그것을 팔에 끼고 가는 프랑스인들.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나도 그 문화에 동화되어,
집에 바게트가 없는 날은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 치즈, 끝없는 선택의 자유

주말 아침이면 나는 16구(16ème)의 작은 광장으로 향했다.
지하철역 근처에 늘어서는 노상 시장(marché en plein air).

프랑스는 물가가 비싸다.
그렇다 보니, 신선한 재료를 더 싸게 사기 위해
이런 시장이 주말마다 열린다.

나는 바게트는 이미 집에 있었으니, 치즈를 사러 갔다.
치즈 가게에 가면 수십 가지의 치즈가 진열되어 있었다.
어떤 치즈를 고를지 고민하는 순간조차도 행복했다.

✅ 크리미한 브리(Brie)
✅ 쿰쿰한 향이 강한 로크포르(Roquefort)
✅ 부드럽고 약간 신맛이 나는 카망베르(Camembert)

프랑스에서는 치즈의 종류만 해도 400가지가 넘는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하루에 하나씩 먹어도 1년 동안 다 못 먹는다."

나는 그중에서도 부드럽고 크리미한 치즈를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 주말 아침이면 바게트 하나와 치즈 한 조각이면 충분했다.
거기에 따뜻한 커피 한 잔까지 곁들이면, 완벽한 아침.


☕ 주말 아침, 시장에서 돌아와 맞이하는 작은 여유

치즈를 사고 집에 돌아와서, 바게트를 잘라 한 조각.
그 위에 치즈를 올려 한 입 베어 물면...
"아, 이게 프랑스에서의 삶이지."

프랑스에서의 4년은 나에게 음식과 일상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었다.
비싼 레스토랑이 아니어도, 와인이 없어도 괜찮다.

✅ 바게트 한 조각
✅ 크리미한 치즈
✅ 따뜻한 커피 한 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아침을 보낼 수 있는 곳이 프랑스였다.


🇫🇷 그리고 프랑스를 떠나온 지금…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프랑스에서의 그 아침을 떠올리곤 한다.
때때로 마트에서 바게트와 치즈를 사지만,
프랑스에서 먹던 그 맛과 분위기는 쉽게 재현되지 않는다.

그곳에서의 느리지만 여유로운 삶.
"좋은 음식은 시간을 들여 즐겨야 한다." 라는 프랑스인들의 철학.
그 모든 것이 프랑스에서 살았던 4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가끔 아침에 바게트를 먹으며 생각한다.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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