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21. 14:40ㆍ해외에서의 삶
프랑스에서 생활하면서 베르사이유는 내게 참 익숙한 곳이다. 출퇴근길에 매일 지나치는 곳이지만,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오기도 한다. 오늘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베르사이유를 거닐다가 우연히 멋진 장면을 마주했다. 길가 한켠에서 한 화가가 캔버스를 펼쳐 놓고 거리의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아빠, 저 아저씨 뭐 해?”
큰아이가 손가락으로 화가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림 그리고 계시네. 저 풍경을 그대로 옮기고 계시나 봐.”
나는 아이와 함께 화가의 손길을 따라가 보았다. 그의 붓끝에서 천천히 베르사이유의 거리 풍경이 살아나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도 조용히 그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도 저렇게 그림 그릴 수 있어?”
작은아이가 물었다.
“그럼! 하고 싶은 걸 그리고 색칠하면 되는 거야. 중요한 건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거야.”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그 자리에서 머물렀다. 아이들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고, 나는 다음 주말에는 함께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들고 나오자고 약속했다.
"길거리 화가를 만난 베르사이유의 오후"
언제나 같은 길을 지나지만, 매번 새로운 순간을 만난다. 베르사이유에서의 하루는 또 이렇게 멋진 기억으로 남는다.
주말 오후, 가족들과 함께한 베르사이유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하늘이 잔뜩 흐려지는 걸 보며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비가 오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강하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찬 빗줄기가 차창을 때렸고, 도로 위의 차들도 하나둘씩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와이퍼를 최고 속도로 돌려도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 정도였다.
"와, 진짜 다행이다. 조금만 늦었으면 이 폭우 속에서 베르사이유를 빠져나오는 길이 훨씬 힘들 뻔했어."
조수석에 앉아있던 집사람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도 동의했다. 베르사이유의 돌길과 좁은 골목길을 이런 폭우 속에서 운전했다면 정말 아찔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운이 좋았다. 마침 비가 내리기 직전에 출발했고, 고속도로에 진입한 후라 길이 막히지도 않았다.
차 안에서는 빗소리만이 크게 울렸다. 아이들은 뒷자리에서 창문을 보며 "비가 이렇게 세게 오면 어떻게 해?"라며 걱정스레 묻기도 했다.
"이럴 때는 천천히 가는 게 답이지."
나는 차의 속도를 줄이며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빗속을 뚫고 한참을 달리다 보니 점점 빗줄기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집이 가까워질 무렵엔 다행히 비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베르사이유에서의 평온한 시간과 대비되는 긴장감 넘치는 귀갓길. 하지만 결국 무사히 도착했고, 창밖으로 계속 내리는 비를 보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니 그마저도 하나의 추억으로 남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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