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의 오만에 왜 우리는 동조하는가?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엘리트에 대한 비판이 점점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엘리트의 말과 행동에 묵묵히 동조하거나 심지어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의 오만한 발언이나 차별적 태도, 심지어 권위적인 결정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문제 삼기보다는 오히려 “역시 엘리트는 다르다”, “우리는 잘 모르니 맡기는 게 맞다”는 식으로 반응하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단지 무지해서? 혹은 용기 없어서? 그보다는 이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심리적, 문화적 요인이 존재한다.
1. 성공에 대한 무한한 동경
대한민국은 매우 경쟁 중심적인 사회다. 어릴 때부터 학업 성적과 입시, 취업과 승진 등 수많은 서열 경쟁 속에서 살아온 우리에게 엘리트는 ‘승자의 상징’이다. 그들은 우리가 넘지 못한 벽을 넘은 사람, 우리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룬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엘리트를 비판하기보다는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모델로 동경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동경은 엘리트가 아무리 오만하고 비인간적인 태도를 보여도, 그것을 ‘실력 있는 자의 당연한 권리’로 정당화하게 만든다. 오히려 비판하는 사람을 시기하는 자, 실패한 자로 몰아가며 엘리트를 방어하는 심리도 작동한다. 이는 단순한 개인 감정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인식 프레임에 가깝다.
2. 나도 언젠가는… 기득권 편승 심리
또 하나의 심리는 “나도 언젠가는 저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 혹은 착각이다. 한국 사회는 끊임없이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 담론(Meritocracy)를 주입해왔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을 현재의 서민이나 일반인으로 보기보다는 미래의 엘리트 후보생으로 여긴다. 그래서 엘리트에 대한 비판은 미래의 자신에 대한 비판처럼 느껴지고, 그들에게 동조하는 것이 언젠가 자신의 편이 되어줄 거라는 심리적 보증을 원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특히 ‘중간계층’일수록 이 심리가 강하다. 상위층과의 간극은 크지만, 아래로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로부터 받는 모욕과 통제를 참으며 위계 질서를 수용하고, 엘리트의 말에 순응하는 것이 오히려 안정된 삶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작용한다.
3. 권위에 대한 학습된 복종
우리 사회는 유교적 문화와 군사정권의 유산 속에서 권위에 대한 복종을 자연스럽게 학습해왔다. 어린 시절부터 “윗사람 말 잘 들어야 한다”, “공부 잘하는 친구는 말도 옳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듣고 자란 사람들은 비판보다는 순응이 ‘성숙한 태도’라고 믿는다.
이런 문화 속에서는 엘리트의 발언이나 결정이 비합리적이더라도 “우리는 잘 몰라서 그렇다”는 식으로 자기 판단을 유보하게 되고, 오히려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며 판단을 외주화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결국 엘리트의 오만함을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4. 비판하면 위험해진다? – 사회적 리스크 회피
마지막으로는 비판에 대한 두려움과 회피 심리다. 엘리트를 비판한다는 것은 곧 기득권 구조에 저항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그 구조가 워낙 견고하고, 엘리트 집단이 언론, 정치, 교육 등 주요 영역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비판은 속으로만 하고, 겉으로는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척한다. 이러한 집단적 침묵이 결국 엘리트의 오만을 더욱 강화하고, 오히려 그들을 더 강력한 존재로 만든다.
엘리트의 오만함은 분명 문제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 오만함을 정당화하고 방조하는 대중의 심리 구조에 있다.
우리가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엘리트를 동경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의 행위와 태도에 대해 주체적으로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엘리트는 절대자가 아니다. 그들 역시 검증받아야 할 사회의 일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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