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평소처럼 조용한 일상이 이어지던 대만 신주의 아파트 단지 앞에서 아주 특별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요란한 폭죽 소리에 깜짝 놀랐고, 이어서 울려 퍼지는 신나는 음악 소리에 이끌려 밖으로 나가보았습니다.

아파트 입구에는 화려한 전통 복장을 입은 거대한 인형 같은 인물 둘이 서 있었고,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깃발을 흔들며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함께 참여해 깃발을 들고 인형들과 교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알고 보니, 이것은 대만 전통의 사적 종교 행사, 즉 집안의 평안과 복을 기원하는 작은 규모의 의식이었습니다.
이러한 행사는 신주를 포함한 대만 여러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주로 가정 단위로 진행되며, "安宅祭(안택제)" 또는 "謝神祭(사신제)"라고 부릅니다. 집에 복을 부르고, 악운을 몰아내며, 신에게 감사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이사를 했거나, 가족 중에 경사나 사건이 있었을 때, 혹은 단순히 평안을 기원하고 싶을 때 열리기도 합니다.
행사의 구성은 꽤 인상적입니다.
먼저, 사찰이나 전통 종교 단체에서 나온 "神將(신장)"이라 불리는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악귀를 쫓고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거대한 신장 인형들이 등장해 춤을 추거나 위엄 있는 모습을 보이며 행진하는데, 이 장면만으로도 상당한 볼거리입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것이 폭죽과 금지(金紙, 가짜 지폐)입니다.
폭죽은 요란한 소리로 나쁜 기운을 쫓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금지를 태우는 행위는 조상이나 신에게 복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의식입니다. 오늘도 아파트 앞에서 수십 개의 폭죽이 터졌고, 하늘을 가득 메운 연기와 터지는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습니다. 가짜 지폐를 태우는 장면에서는,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이 집안에 좋은 기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사실 이 행사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열립니다. 행사마다 갑작스럽게 터지는 폭죽 소리와 신장들이 등장하는 큰 음악 소리에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처음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무슨 축제가 열리는 줄 알고 밖으로 나올 정도로 임팩트가 강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모든 소란스러움이 복을 부르고 집안을 지키기 위한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문화 자체가 정겹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 행사를 지켜보면서, 대만 사람들이 신과 조상, 그리고 집안의 평안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퍼포먼스 이면에는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기원이 담겨 있었고, 이는 단순한 전통 문화를 넘어 현대 생활 속에서도 꾸준히 이어지는 대만 특유의 정서이기도 합니다.
신주라는 도시가 IT 산업으로 유명한 현대적인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전통과 신앙을 소중히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이곳에서 살아가는 동안 이런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작은 행사들을 통해, 대만 사람들이 전하는 '복'과 '평안'의 메시지를 더욱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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