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R社에서의 첫날을 기억해 본다. 2008년 초여름이었고 좋은 기억만 있었던 회사 H社를 그만두고 하루도 쉬지 않고 바로 출근을 했다. 대기업이라서 첫 출근을 하는 곳은 HR 면접을 봤던 장소로 기술면접을 봤던 장소와 달리 양재동이었다. 서른 다섯이 넘어서 옮기는 직장이다보니 어떤 부푼 마음이라기 보다는 잘 적응을 해야되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파란색 박스를 받았고 나 말고도 서너 명이 더 있었다. 박스에는 다이어리와 볼펜 그리고 기억엔 회사 뱃지가 들어 있었던 것 같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 각자 근무지로 흩어지라고 했다. 기술 면접을 봤었던 곳이 내가 근무할 팀이 있는 곳이었고 같은 팀으로 배정을 받은 유일한 입사동기와 택시를 타고 이동을 했다. 오리엔테이션에는 몇 명이 더 있었지만 조직이 완전히 달랐고 서로 소개를 할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내 유일한 입사 동기는 하나 뿐이었다. L은 삼성을 그만두고 여기에 왔다고 했다. 머리가 비상한 나보다 한 살 많은 아저씨였다.
내가 일할 곳에 도착을 했고 인터뷰 때 들은 얘기는 다른 곳으로 바로 파견을 나간다고 들었던 기억을 떠 올리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나를 면접 봤던 그룹장도 있었고 오늘 처음보는 팀장도 있었다. 이전 회사보다는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햇볕이 잘 드는 사무실이었다는 기억이 얼핏든다. 그리고 같이 점심을 먹었던 것 같고 바로 팀장님과 함께 파견지로 이동을 했다. 차로 한시간이 넘게 달려 도착한 곳은 독산동. 여기서 팀원들을 만났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모두가 실력도 있었고 성격들도 좋아서 친하게 지냈던 것 같다. 나이도 고만고만 했고 다들 파견을 나와 있다보니 끼리끼리 뭉치는 일도 많았다.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곳이었고 우리는 그 중에서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조직이었다. 지금은 모두가 아는 안드로이드지만 당시에는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정말 거의 없을 시절에 난 안드로이드라는 생전 처음 들어본 것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HR과 인터뷰를 했던 곳으로 출근해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고 기술면접을 봤던 우리팀이 있는 곳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다음은 독산동으로 이동을 했다. 이렇게 이동을 해서 첫날이 기억에 남는 것도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니 인터뷰를 할 때는 리모라는 전혀 다른 것을 한다고 나를 뽑았던 것이다. 내가 리눅스라는 것을 좀 해 봤다고 리눅스 기반에 리모라는 것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가 뽑혔던 것이다. 그런데 이동을 하다보니 리모라는 것은 같이 입사한 L이 하게 되었고 난 안드로이드라는 생전 처음들어보는 것을 맡게 된 것이다.
이게 R社에서 내 진로를 확 바꿔 놓았던 것 같다. 덕분에 회사 내에선 유명세 아닌 유명세도 탔었고 덕분에 자매사로 옮기게 되었고 그 덕에 해외에서 몇 년을 근무할 기회를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출근 첫날 생각보다 많은 일이, 그것도 앞으로 많은 경험을 하게될 방향으로 일어났다. 인사하고 노트북 받고 정신없이 지나갔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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