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출판, 그 매력과 현실
자가 출판은 나에게 그다지 맞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아마존에서 출판한 IT 관련 책들은 한국 시장에서 몇 권 팔렸다. 물론, 책 한 권을 쓰고 편집하는 데 들어간 노동력을 생각하면 그 수익은 너무나도 미미했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최근에 쓴 파이썬 책이 한 달에 몇 권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작은 움직임이 나를 계속 쓰게 만든다.
사실 이 책은 처음부터 출판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었다. 파이썬을 주제로 한 일주일짜리 교육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강의 교재를 만들다가 문득 "이걸 그냥 책으로 엮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책이다. 강의 기회를 잡아 직접 사람들과 교류하며 가르쳤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의 상황이나 위치를 생각하면 그런 기회는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해외로 나와 있는 것도,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도 조금 늦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크크, 출판의 새로운 즐거움
그런 고민 속에서도 나는 '부크크'라는 자가 출판 플랫폼에서 책을 내보는 실험을 해봤다. 부크크를 통해 출판하는 과정은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큰 돈을 벌겠다는 기대를 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하나의 프로젝트를 꾸준히 해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었다. 사실 나를 움직이는 건 항상 뭔가를 만드는 과정 그 자체였으니까. 결과보다는 과정에 몰입하고, 그걸 통해 나를 증명해 나가는 게 내 성격이라는 위안도 얻었다.
책을 내면서 느꼈던 건, 자가 출판이라는 게 단순히 책을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까지는 수많은 고민과 결정, 그리고 창작의 고통이 있었다. 그리고 완성된 책은 마치 내가 남긴 작은 흔적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어딘가에는 내가 남긴 발자국이 존재한다는 그 감각이 좋았다.
디지털 노마드인가, 디지털 노가다인가?
은퇴 후를 대비해 이런저런 일을 해보는 과정에서 내가 던진 스스로의 질문이 있었다. "디지털 노마드인가, 디지털 노가다인가?" 나는 그 경계 어딘가에 서 있었다. 자가 출판이라는 일도 그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변 중 하나였다. 책을 통해 수익을 얻고, 뭔가를 꾸준히 만들어가는 모습이 디지털 노마드와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현실적인 결과물을 보면 디지털 노가다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었다.
블로그도 아닌데, 그렇다고 대단한 작가도 아닌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은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돌아보면 이 모든 활동은 결국 나를 표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누군가는 내가 만든 책을 통해 배웠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 안에서 나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다음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자가 출판이라는 실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단순히 책을 쓰고 파는 걸 넘어,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과정이었다. 이런 경험들이 모여 나중에 무엇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런 시도들을 통해 나는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답은 이미 내가 해온 것들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그 고민을 글로 풀어내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글은 내 생각의 흔적을 남기고, 프로젝트는 내 삶의 방향성을 만들어준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나아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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