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와 출판의 꿈: 그 길고도 짧았던 이야기
1990년대 말, 2000년이 되기 한두 해 전, 우연한 기회에 IT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당시엔 IT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고, 책 한 권으로 지식을 나누고 부수입까지 얻는 것이 가능했다. 영진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왔고, 나는 큰 기대 없이 출판을 진행했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첫 출간 후 책이 7쇄까지 찍히며 2만 권 넘게 판매되었던 것이다. 당시 1쇄 당 3천 부를 인쇄했으니 어마어마한 숫자다. 책의 저자로 내 이름이 적혀 있는 걸 볼 때마다 기분이 묘했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꽤 짭짤한 수익도 얻게 된 경험은 내 삶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
그 후로 한동안 책을 쓰는 일은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바쁜 직장 생활, 새로운 프로젝트, 삶의 굴곡들이 책 쓰기의 열정을 밀어냈다. 하지만 은퇴를 준비하며, 혹은 은퇴 이후를 상상하며 과거의 꿈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책을 다시 한 번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의 설렘과 성취감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출판 시장의 변화, 그리고 자가 출판의 도전
그런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요즘 출판 시장은 과거와 달리 책 한 권으로 대박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어 있었다. IT 관련 책에 대한 출판 제안을 몇몇 출판사에 이메일로 보내 보았지만 회신은 없었다. 시장이 변했다는 것을 체감하며, 나는 전통적인 출판 방식 대신 자가 출판을 선택했다.
첫 도전은 한국의 자가 출판 플랫폼인 '부크크'였다. 책을 내는 과정 자체는 간단하고 빠르긴 했지만,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책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았고, 독자들에게 닿기 어려운 구조였다. 한국 시장의 한계일까? 나는 더 큰 무대로 눈을 돌려 아마존에서도 자가 출판을 시도했다. 두 권의 책을 출판했지만, 결과는 더 처참했다. 아마존이라는 거대 플랫폼 위에서 나의 책은 존재감 없이 묻혔고, 나는 스스로를 ‘디지털 노마드’ 대신 ‘디지털 노가다’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쓰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홍보, 마케팅, 그리고 독자와의 연결이라는 또 다른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에서 내가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가진 열정과 노력이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것이다.
은퇴 후의 새로운 길: 다시, 질문하다
책을 쓰는 일이 실패로 끝났지만, 나는 여전히 궁금했다.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블로그를 운영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블로그는 이미 포화 상태였다.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내 이야기가 돋보이기란 어려웠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가진 삶의 이야기, 경험, 그리고 기술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야 할까? 나만의 강점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세상과 연결할 수 있을까?
내일을 향한 작은 다짐
책 출판과 자가 출판은 내게 실패의 기록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였다. 나는 여전히 '내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다. 그것이 책이든, 블로그이든, 새로운 형식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가 살아온 시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그것을 통해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란 꿈과 현실 사이의 긴장 속에서, 나는 여전히 답을 찾는 중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패 속에서 배우는 것 자체가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노마드와 책 출판의 현실: 내 이름을 단 책 한 권, 그리고 그 뒤의 이야기
책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가 출판은 저자에게 나름의 장점을 준다. 내가 쓴 책을 내 이름으로 가지는 것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다.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이건 내가 쓴 책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쁨, 그 순간만큼은 참 뿌듯하다. 하지만, 그 외의 장점은 솔직히 찾기 어렵다. 출판 과정은 수월했지만, 책을 알리고 판매하는 과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아마존에서의 자가 출판은 마치 깊고 넓은 바다에 작은 돌멩이를 던지는 것과 같았다. 책을 내는 것은 쉬웠지만, 그 돌멩이가 물 위에 떠오르길 기대하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았다고 해도, 누군가가 그 책을 찾아주지 않는다면 책은 그냥 바닷속으로 가라앉아버리고 마는 것이다.
무모한 도전, 정신건강의 적
큰 시장에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정신건강에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나 아마존 같은 거대한 플랫폼에서는 책이 제대로 된 홍보나 마케팅 없이 팔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출판한 책이 팔리지 않을 때 느껴지는 무력감은 생각보다 컸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내 능력의 부족 때문일 수도 있다. 홍보 전략을 더 세우고, 독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면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 경험 자체가 나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아무리 좋은 내용과 의도가 담긴 책이라도, 그 가치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책 쓰기의 행복, 그리고 도전의 가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쓰는 과정은 행복했다. 머릿속에 떠다니던 생각과 아이디어를 글로 정리하고, 그것을 하나의 완성된 책으로 엮어내는 과정은 나에게 크나큰 보람을 주었다. 출판된 책을 손에 쥐고 나니, 내가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이 단순히 머릿속에서 맴도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는 형태가 되었다는 점에서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책을 쓰고 싶다면, 도전해보라." 결과가 어떻든 간에, 책을 쓰는 과정 자체가 인생에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나도 실패라고 말할 수도 있는 이 경험을 통해, 책 한 권을 쓰면서 느꼈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물론, 책을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홍보, 마케팅, 그리고 독자와의 연결이라는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어렵다고 해서 도전을 망설일 필요는 없다.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책을 쓰며 느낀 행복과 성취감은 분명 당신의 인생에 오래 남을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의 길, 그리고 새로운 꿈
이제 나는 출판에 대한 꿈은 잠시 내려놓았다. 아마존에서의 자가 출판은 나에게 더 이상 흥미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경험은 분명 내 인생에서 중요한 한 페이지였다. 나는 책을 쓰는 과정에서 배웠고, 실패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꿈꾸지만, 이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그 꿈을 이루고자 한다. 책이 아니어도 괜찮다. 블로그, 동영상, 혹은 그 어떤 형식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나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다. 언젠가 또다시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판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조금 더 현명하고 준비된 모습으로 도전하고 싶다.
"도전은 실패로 끝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행복은 실패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 말은 내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메시지다.
'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이썬 - 엑셀의 내용을 출력해 봅시다 (0) | 2025.01.30 |
---|---|
자가 출판 부크크 (1) | 2025.01.21 |
갑님을 이기기는 어려워 (1) | 2024.12.11 |
골전도 헤드폰 (0) | 2024.08.01 |
유튜브 쇼츠로 돈벌기 (4) | 2024.07.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