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특정한 맥주와 얽힌 특별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Kwak이 바로 그런 맥주다.
프랑스 친구가 소개해 준 특별한 맥주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나는 프랑스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 많았다. 프랑스 하면 보통 와인을 떠올리지만, 사실 프랑스인들도 맥주를 꽤 즐긴다. 당시 나는 맥주에 대해 지금처럼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주로 라거나 밀맥주 같은 익숙한 스타일을 마셨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프랑스 친구가 "이 맥주는 꼭 마셔봐야 해!" 라며 나에게 한 잔을 건넸다. 손에 든 맥주는 평범하지 않았다. 둥글게 부풀어 오른 독특한 유리잔이 나무 받침대에 얹혀 있었고, 맥주는 깊고 따뜻한 호박색을 띠고 있었다. 바로 벨기에의 유명한 맥주, Kwak이었다.
그날 처음 Kwak을 마셨을 때의 느낌은 강렬했다. 맥아의 달콤함과 은은한 캐러멜 향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맛, 뒤이어 느껴지는 은은한 과일 향과 약간의 스파이시한 느낌까지. 기존에 마셨던 라거나 에일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맥주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특이한 잔이 인상적이었다. 친구는 이 잔이 18세기 벨기에의 마부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마차를 모는 마부들이 쉽게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고안된 잔이라고 했는데, 그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다.
그날 이후로 나는 Kwak을 종종 찾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마실 기회가 줄어들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Kwak을 잊고 지냈다.
10년 만에 다시 만난 Kwak, 그것도 대만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는 현재 대만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던 어제, 친구들과 함께 대만의 한 맥주집을 방문했다. 메뉴판을 보다가 문득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Kwak.
순간, 10년 전 프랑스에서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날의 분위기, 친구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Kwak 특유의 달콤하고 깊은 풍미까지. 오랜만에 다시 만난 Kwak을 보고 나는 주저 없이 한 잔을 주문했다.
맥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괜히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특유의 나무 받침대에 올려진 Kwak 잔이 내 앞에 놓였다. 오랜만에 보는 이 독특한 잔이 더욱 반가웠다. 첫 모금을 마시는 순간,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것처럼 과거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Kwak, 이 특별한 맥주에 대하여
Kwak은 벨기에의 대표적인 앰버 에일(Amber Ale)로, 알코올 도수는 8.4% 이다. 특유의 깊고 풍부한 맥아의 단맛과 캐러멜, 과일 향, 약간의 스파이시한 노트가 조화를 이루며, 벨기에 맥주 특유의 부드럽고 풍미 가득한 맛을 선사한다.
🔹 Kwak의 독특한 잔, 그 유래는?
Kwak은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그 독특한 전용 잔으로도 유명하다.
18세기 벨기에의 양조업자이자 주점 주인이었던 Pauwel Kwak이 이 맥주를 개발했으며,
마부들이 마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특수한 유리잔과 나무 받침대를 만들었다.
둥그렇게 부풀어 오른 잔의 모양 덕분에,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실 때 특유의 '쿽'하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Kwak"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 Kwak은 단 한 종류만 있을까?
Kwak 하면 보통 호박색의 Kwak Amber를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버전이 추가되었다.
Kwak Blond: 기존의 앰버 스타일과 달리 좀 더 가볍고 상쾌한 맛이 특징이며, 약간의 바나나와 배 향이 느껴진다.
Kwak Rouge: 체리 맛이 가미된 과일 맥주로, 새콤달콤한 풍미가 돋보인다.
다시 만난 Kwak, 그리고 맥주가 선사하는 추억
맥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때로는 특정한 맥주가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주기도 하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10년 전, 프랑스에서 친구들과 함께했던 그날 밤, 나는 Kwak이라는 맥주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것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만난 Kwak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맥주 한 잔이 주는 감동,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연결. 그것이 바로 맥주의 매력이 아닐까.
오늘도 한 잔의 맥주와 함께, 당신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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