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앵/Tower Eiffel] 에펠탑의 세 가지 얼굴

2021. 5. 24. 08:20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관광객들은 에펠탑이 특별한 존재임을 증명해 준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은 에펠탑의 두 가지 얼굴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낮에 보이는 보통의 에펠과 어둠이 내린 후에 볼 수 있는 조명을 받는 에펠의 모습니다. 거기에 한가지 더 특별한 모습이 있는데 조명이 켜진 밤에 그것도 매 시 정각부터 5분 동안 펼쳐지는 반짝이는 에펠탑의 모습이다. 뭐 한가지 더 얘기하자면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조명과 가끔은 색다른 행사가 진행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거다. 색다른 모습은 다음 편에서 살펴볼까 생각 중이다.

 

 

작정하고 에펠탑을 찍으로 나가는 것은 나에겐 주말을 제외하곤 밤 밖에 허락된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삼각대가 필수였다. 배낭에 렌즈들을 챙기고 배낭 옆에는 삼각대를 달고 마지막으로 어깨에는 표준렌즈를 하나 달고 집을 나선다. 파리는 높은 고층 건물들이 없고 아파트라고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아파트 단지가 아니기 때문에 중간 중간 보이는 하늘에서 에펠탑을 찾을 수 있다. 그게 파리의 서쪽에 사는 사람들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프랑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으나 나같은 이방인이에게는 큰 특권이었다. 파리의 어디를 가나 잠시 눈을 들어 찾아 보면 볼 수 있는 에펠탑이었다.

 

 

파리의 아파트는 다음을 참고 :)

2020/11/09 - [사는이야기] - [파리지앵] 파리의 아파트

 

 

잠깐 에펠탑 얘기 말고 한국, 그것도 강남 얘기를 해 보자면...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프랑스 사람들 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도, 전세계 어느 누구나 소중한 것이 곁에 있음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출장으로 오게 되면 주로 강남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었다. 오랫만에 한국에 왔으니 밤이면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쇠주를 먹는 일이 많았지만 가끔 혼자일 때는 사무실에서 호텔까지 걸어가게 된다. 그 어느날 우연이 올려다본 강남의 스카이 라인이 그렇게 멋지게 보일 수가 없었다. 강남 스타일이 한창 유행을 시작했을 때라 강남역에 강남 스타일이란 조형물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젊은 시절 그렇게 나다니던 곳이고 좀 나이가 먹고서는 술을 마시러 자주 나가던 곳인데 미처 강남의 야경이 멋진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었다. 그래서 한 동안 강남역 주변을 돌아다니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프랑스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미라보 다리에서 만났던 한 친구가 에펠탑 사진을 찍는 나를 보고 이메일 주소를 적어주면서 사진을 공유해 달라고 했었던 것이 아마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아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한낮의 에펠탑은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있을 때가 가장 보기 좋다. 우리가 어릴적 그림을 그릴 때 하늘색 보다 조금더 진한 하늘색이다. 

 

 

한국에서 본 하늘은 우리 마음속에 그리고 크레용이나 물감에서 보는 하늘색이 아니라 잿빛 혹은 회색에 더욱 가깝다기 때문이다. 이런 에펠탑을 볼 수 있는 시기는 겨울이다. 유럽에서 겨울나기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상상이 갈 것 같은데 겨울 내내 뿌옇다. 왜 유럽에서 철학가가 많이 배출이 되는지를 알 수 있는 시기다. 아침에 해가 떠서 부터 저녁에 해가 지기까지 똑같이 회색이다. 하루 종일 안개가 끼어 있을 때는 "아! 이래서 사람들이 미치나보다" 할 정도다.

그래도 여전히 에펠탑은 거기에 우두커니 서 있다. 맑은 날이면 맑은 날대로 흐리고 안개가 끼면 안개가 낀대로 그리고 그 앞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다. 즐겁게 웃는 사람들이 말이다. 

 

 

맑은 날에 노을이 질 무렵에 보는 아주 잠깐의 에펠탑도 보기가 좋다. 노을에 잠긴 에펠탑이라고 표현을 하면 어떨까 싶은데 멋진 색깔은 노을이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실루엣만 보이는 에펠탑이 더해지면 그림이 된다. 하지만 아주 잠깐만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바로 조명이 켜지기 때문이다.

 

 

요즘 유럽은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처음 테러가 났을 때에도 파리에 사람들이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관광객들이 끊기지는 않았다. 늦은 밤 조깅을 샤요궁까지 했던 기억이 있는데 테러가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였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물론 평상시의 절반 정도긴 했지만...

 

 

에펠탑에 불이 켜지는 시간은 워낙 낮의 길이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시사철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밤 8시가 넘어서도 해가 지지 않을 때가 있으니 말이다. 어스름이 내리면 불이 켜지고 아마도 새벽녁에나 조명을 끄는 것 같다. 자정까지는 에펠탑 주변에 있어 봤기 때문에 자정에 꺼지지는 않는다. 

언제나 에펠탑 앞에 있는 사람들은 즐거운 표정이지만 조명이 들어온 저녁 이후, 매시 정각은 환호성도 함께 한다. 조명이 들어와 있는 에펠탑 사진 찍기를 즐기다가 빤짝이는 조명이 들어올 때면 말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보다 전혀 모르고 있다가 이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더 놀란다. 입을 쩍 벌리며 팔짝팔짝 뛰기도 한다.

 

 

오늘도 우울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갔었다. 그런데 남산 타워의 불도 코로나 때문에 꺼져 있었다. 이런 날 파리에 있었으면 에펠탑을 찾았을 것 같다. 지금도 가끔은 이렇게 그립다. 

 

2020/11/29 - [사는이야기] - [파리지앵/Tower Eiffel] 나에게 에펠탑은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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