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19. 08:55ㆍ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세상을 살아가는데 뭐가 옳다고 말하기엔 내가 살아온 날이 짧은가보다. 세상을 살아가는 저마다 난 나쁜놈이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은 없을테니 모두 옳은 방식으로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제 그리고 오늘 본, 나 나름대로 생각하기엔 사람들 참 각박하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을 옮겨본다. 위의 사진처럼 사람 각박한 곳이지만 사람 기분 좋게 하는게 그리 어려운걸까?
어제는 이랬다.
언제나처럼 회사에 일찍 출근해 회사 휘트니스에서 운동을 했다. 운동복도 준비되어 있고 수건 뿐만 아니라 샤워시설과 샴푸, 린스, 바디폼도 있어 사외 시설 못지 않다. 더군다나 이 모든 것이 무료이다보니 굳이 사외 휘트니스를 다닐 필요가 없다.
내 운동 패턴은 대단한건 아니고 근력운동 몇개 그리고 한시간 가량 러닝머신에서 걷고 뛰기를 반복하는거다. 그렇게 오전 8시가 되어 운동을 마치고 샤워실로 갔다. 회사 복지가 꽤나 괜찮은 편이라 감사한 마음에 사용하고 있다. 샤워실로 들어가기 전에 수건하나를 챙겨들어가 샤워를 하고 대충 몸을 닦고 나와서 마른 수건하나를 더 집어 들고 물기를 마저 닦고 머리를 말린다. 그런데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마지막 수건이다. 샤워실에 몇 사람 더 있는 것 같은데 수건이 떨어졌다. 이럴 경우 밖에 땀을 딲으라고 비치해 놓은 수건을 누군가 가지고 와야 한다. 나도 옷을 벗고 있는 상태다 보니 옷을 입고 가져다 놓으리라 생각을 했다. 때마침 누군가가 들어왔는데 폼을 보니 샤워만 하고 나갈 것 같았다. 운동을 하지 않고 샤워만 하고 나가는 사람들도 꽤 있기 때문에 그려러니 했다. 수건이 없는 것을 보더니 벗던 옷을 주섬주섬 다시 입고 밖으로 나갔다. 수건을 가지러 가다보다 했다. 그런데 웬걸.....
수건을 달랑 하나 본인만 쓸 것을 가지고 들어왔다. 혀를 내 두를 수 밖에 없었다. 별의 별놈이 다 있구나 싶었다. 아침 시간에 휘트니스에서 샤워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수건이 놓인 위치를 알고 수건이 없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당연히 여유있게 가져다 놓는 것이 상식이거늘 어찌 달랑 하나만 가져 오는지 당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입은 궁시렁 거릴 수 밖에 없었다. 옷을 입고 주섬주섬 운동화를 챙겨 나가다가 수건을 한웅큼 집어다가 비어있는 수건 놓는 곳을 채워 놓았다.
이것이 어제의 일이다.
두 달째 휘트니스를 다니고 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오늘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 내가 샤워를 하러 들어갈 때 10장 넘는 수건이 있었다. 또 모자르게구나 싶었다. 무료 수건이라고 두어장씩 한꺼번에 쓰는 친구들도 가끔 있긴 한데 그런것까지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나 편하면 그만인 세상이니까. 그래도 남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남아있겠거니 하는 마음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샤워를 하고 몸을 닦고 조금 남아 있는 물기를 마저 닦으려 수건 한장을 더 집어 들었는데 그게 마지막 수건이었다. 나가면서 수건을 더 가져다 놔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친구가 들어온다. 달랑 자기만 씻을 수건 한장을 들고 말이다. 수건이 없는 것을 알고 본인 것만 가지고 왔는지 아니면 아얘 밖에서 수건 한장을 챙겨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끌끌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수건을 한장씩 쓰는 사람들이 아니라 두 장씩 한꺼번에 집어서 한장처럼 쓰는 앞에 나온 놈 뒷통수를 노려봤다. 그냥 노려만 봤다. 별 수 있겠나.
샤워실엔 몇 사람 더 있으니 수건을 찾을께 뻔했다. 한 친구가 운동을 마치고 들어왔다. 수건이 없는 것을 봤으니 가져다 놓고 샤워를 하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운동을 하고도 샤워를 안하는 친구였다. 그냥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있다. 오늘도 내 차지다. 옷을 다 갈아입고 수건을 한웅큼 집어다 놨다.
한 회사에서 같이 일을 하는 친구들이다. 아얘 모르는 친구들이 아니고 한다리만 건너면 모두 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나몰라라 하는 것을 보니 씁쓸하다. 개인주의화 되었다는게 이런걸 얘기하는건가? 아니면 세태가 이런가 싶다. 내 아이들도 이렇게 행동할까 싶다. 이건 누가봐도 살기 좋은 세상은 아니다. 최소한의 예의는 가정교육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가정교육이 잘못된 것일까? 하는 쓸데 없는 생각도 해 본다. 내 아이들은 저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다시 해 본다.
'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카오야! 내 손해 어쩔껴? (0) | 2022.10.24 |
---|---|
평일 오전 서울 시내 휘젓기 (0) | 2022.10.21 |
필름으로 회귀 (0) | 2022.10.18 |
출근길에 (0) | 2022.10.14 |
마실_퇴계로_중앙정보부_국립극장 (0) | 2022.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