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6. 17:22ㆍ일상 (대만 생활 정착기)
지금도 예전과 같은 디자인이 나온다면 구매를 할까 고민할 것 같은 나의 첫차 무쏘
무쏘 602EL은 나의 첫 애마이고 무쏘클럽은 내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 많은 추억을 함께했었다. 구글 포토를 보니 내 애마였던 97년에 태어난 무쏘 602EL이 보였다. 나는 무돌이라고 불렀던 무쏘를 1999년 4월 8일에 입양을 했다. 당시는 IMF를 겪고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신차가격이 2500만원 정도 되는 2년된 무돌이를 1300만원 정도에 직거래로 하게 되었고 2008년까지 햇수로 10년을 우리 가족과 함께 했다.
당시 차량 중에서는 가장 멋진 디자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을 했었기에 망설임 없이 첫 차로 선택을 했다. 무쏘는 98년 대우로 넘어가고 난 후에 약간의 디자인 변경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쌍용차에서 마지막으로 만든 모델이 제일 멋진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나중에 무쏘클럽이라는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할 때에도 96 혹은 97년식 TDI를 최고로 쳤다.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쏘의 엔진은 초기에는 전량 수입을 했다고 하고 최소한 내차와 같이 96/97년식은 독일서 부품을 사다가 쌍용에서 조립을 한 것이고 98년 부터인가 다임러에서 디자인한 엔진을 한국서 전량 생산했다고 한다.
생애 첫차라서 기억 뿐만 아니라 차에 대한 애정도 상당했다. D.I.Y하고 차량용품을 사서 드레스업도 나름 했다. 물론 대부분의 작업들은 무쏘 클럽이라는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을 해서 시작을 하게 되었다. 그 전에 한 일이라고는 회사에서 제품 개발을 위한 샘플로 내 차에 장착을 한 네비게이션 밖에 없었다. 네비게이션이 한국에서 처음 사용하게 될 수 있던 시절이라서 신기해 했던 사람들이 참 많았다.
어떤 경로로 동호회에 가입을 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동호회에 생활은 참 재미있었다. 20대 후반에 무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막내였기 때문에 동호회 형님들이 귀엽게 봐 주셨을 수도 있겠다. 번개 모임이 있을 때도 무쏘 10여대가 항상 모였었고, 술자리가 있는 날이면 멀리 분당에서 살 때 일산까지 동호회 형님들을 보겠다고 두 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기도 했다.
차로 인해서 만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차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고 그 중에서도 차를 어떻게 꾸미느냐 하는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 별거 아니지만 핸드폰 거치대도 있다. 지금 보면 참 촌스럽지만 유용하게 썼었다. 거치대 장착을 위해서 나사로 고정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동호회원들과 교신을 하던 CB(Citizen Band)라는 무전기, 출력이 낮아서 회원분들 중에는 HAM 자격증을 따고 기지국을 개설하는 분들도 많았다. 내 경우는 트렁크 쪽에 안테나를 달았는데 아무래도 높이가 낮다보니 송수신 거리가 짧았다. 그래서 루프랙이 있는 분들은 예전 각그랜저의 크루즈 컨트롤 모터를 폐차장에서 구입을 해서 필요할 때마다 안테나를 세우거나 눕힐 수 있도록 D.I.Y를 하기도 했다. CB에서 채널 14번에 맞추고 "CQ, CQ 카피 스테이션"을 외쳤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기분 좋았던 기억이다. 지금은 단속의 대상이긴 하지만 떼달리기를 하면서 CB로 교신을 했었다. 교통을 방해한다고 해서 이후에는 교신을 하면서 주행을 하긴 했지만 일렬로 달리는 것은 자제를 했었다.
앞쪽 좌석에는 조명이 들어오는 화장거울과 선글라스 케이스 두개, 천정은 방음과 디자인적으로 이쁘게 보이도록 엠보싱 처리도 했었다. 회원들끼리는 다 공유된 내용이었는데 선글라스케이스와 조수석과 뒷좌석의 화장거울은 체어맨의 부품을 사다가 작업을 했었다. 엠보싱 처리는 동대문을 돌면서 레자와 스펀지 그리고 리벳을 따로따로 사고 밤샘 작업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천정을 뜯어내고 거기에 본드로 스펀지를 붙이고 다시 레자를 붙인다. 뒷판에 리벳을 박을 자리를 표시하고 일일이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리벳을 박았다.
라지에이터 그릴과 사이드 리피터도 직접 작업을 했다. 라지에이터 그릴은 철망만 대면 되는 쉬운 작업이었지만 사이드 리피터는 차체를 드릴로 뚫어야 하는 작업이라 구멍 위치를 잘못 잡을까봐 구멍을 뚫다가 실수를 할까 긴장을 했던 기억도 있다.
그 외에도 휠에 분진을 막겠다고 휠커버, 차체를 높이려고 보강한 스프링 등등.....
나름 차도 꾸미고 같이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동네분들과 쇠주한잔을 할 때도 있었고.......
바닷가도 같이 가고
오프로드도 같이 다녔다. 앞에 사진은 미시령을 넘다가 살짝 오프로드로 이어지는 길을 어떻게 알았는지 선두에 선 형님이 찾아 들어갔다. CB로 교신을 하면서 무쏘니까 이런 길도 다닐 수 있고 좋다는 투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잠시 쉬고 있는데 승용차 한대가 먼지를 날리면서 쏜살 같이 달려와 우리를 스쳐서 저 멀리 지나갔다. 모두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높은 산 .......
깊은 숲
그리고 언덕치기도 했었다. 여기는 소남이섬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지금 찾아가라면 찾아가지도 못할 것 같은 .....
저 멀리 보이는 대략 30여대의 차량이 모두 무쏘였다.
서로 다른 직업과 나이를 가지고 있었지만 같은 차를 탄다는 공통점으로 만나서 즐거웠다.
몇 장 되지 않은 사진들이지만 지금까지 타 왔던 다른 차들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많은 축에 속한다. 그 만큼 차와 동호회 생활은 내 기억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자주 생각이 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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