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준 님의 다른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나도 모르게 선뜻 집어든 책이다. '어디서 살 것인가'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뭐라고 답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내개 던졌다. 하지만 딱 꼬집어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단순히 내가 살고 싶은 곳에 살 수가 없는 여러가지 주변 환경들과 사정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 맘 같아선 이 도시, 저 도시를 옮겨가면서 살아보고 싶다. 그러면서 도시 곳곳을 그리고 도시 주변을 걷고 싶은게 내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애들을 위해서는 학군을 살펴야 하고, 집사람은 대단지 아파트를 선호한다. 현실 속에선 출퇴근 거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 중에 하나다.
저자가 맺음말에서 꼬집은 한마디가 마음에 와 닿는다.
'우리는 신축 아파트를 선택할 때 실제 집에 가 보는 것이 아니라 모델하우스에 가서 고른다. 모델하우스에서 우리는 각 세대의 실내 인테리어만 보고 자기가 살 집을 결정한다. 내가 살 집의 외관이나 방에서 창문 밖의 풍경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집을 결정한다. 오로지 인테리어와 평면도만 보고 고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부엌에서 동선이 좋다느니,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을 때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느니 같은 시시한 이유로 디자인을 자랑한다. 과연 이러한 사항들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나 주변 환경과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까?'
다음으로는 학교와 교도소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문제점을 제기하는 부분이다.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이런 시설에서 12년을 보낸다면 그 아이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될까? 똑같은 옷, 똑같은 식판, 똑같은 음식, 똑같은 교실에 익숙한채로 자라다보니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왕따를 시킨다. 이런 공간에서 자라난 사람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평생 양계장에서 키워 놓고는 어느날 갑자기 닭장에서 꺼내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아 보라고 한다면 어떻겠는가?'
저자는 너무나 같은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건축문화,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로 너무나 획일화 되어 있다고 말을 한다. 그 하나의 예가 서울의 스카이 라인이다. 한강변에 서서 반대 편을 바라보면 천편일률적인 아파트가 보인다. 하나의 아파트 단지는 대단지이고 각각의 동들이 특징 없고 층 수도 같다보니 스카이 라인이 밋밋하고 볼품없어 보인다. 성냥각들을 모아 놓은 것 같다. 닭장 같다고 나도 표현을 했었던 것을 기억해 보면 이런 모습들이 우리들이 바라는 모습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똑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 어느 집을 가더라도 가구 배치까지도 매우 유사하다. 프랑스에 살 때 아파트들이 층마다 서로 다른 평형으로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던 것과 비교가 된다.
'오늘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3) 개 (0) | 2021.12.14 |
---|---|
(★4) 손석희 저널리즘 (0) | 2021.12.12 |
(★3) 편지 (0) | 2021.11.28 |
(★5) 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다 (0) | 2021.11.28 |
(★4) 인생 전환의 심리학 수업 (0) | 2021.11.25 |
댓글